[종합]‘능력자들’ 덕심(心)으로 ‘정글·만재도’ 저격할까

“요즘 덕후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공부하고 있어요.”

MBC 새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 이지선·허항 PD의 이 같은 말을 듣고 프로그램의 미래가 무척 기대됐다. 방송이 진행될수록 덕후를 완벽히 이해하게 될 제작진과 덕심(心) 가득한 출연진의 조화가 어떤 청사진을 그릴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능력자들'은 남다른 깊이의 취미 생활을 가진 이들의 덕후 문화를 TV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지난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당시 능력자들의 흥미로운 재능이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화제가 됐고 이후 정규 편성됐다.

10일 상암동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열린 '능력자들' 기자간담회에서 이지선 PD는 "덕후를 바라보는 사회 현상이 많이 바뀌었다"며 "MBC '무한도전'에 나온 아이유 덕후 유재환 씨를 보고 '한 가지를 파면 성공할 수 있겠다' 싶어 기획하게 됐다"고 계기를 전했다.

파일럿 당시 치킨 덕후, 사극 덕후 등 기상천외한 취미 생활을 지닌 이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tvN ‘화성인 바이러스’, SBS ‘세상의 이런 일이’, KBS2 ‘안녕하세요’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지선 PD는 "‘화성인 바이러스’가 보여준 부류의 재미는 없다. ‘능력자들’은 덕후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쇼에 가깝다. 그들의 열정이 웃음을 선사할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허항 PD도 “이성적으로 공부를 해서 어떤 분야를 알고 있다기 보다는 본인이 덕질(덕후들이 하는 행동)을 하면서 행복해 하는 게 제작진에게도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특정한 분야를 사랑하고, 남들 시선에 굴하지 않는 의지를 가진 덕후들이 출연할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놓인 상황은 녹록치 않다. 방송은 보는 사람이 많아야 생명력을 얻기 때문이다. ‘능력자들’은 KBS2 ‘나를 돌아봐’, SBS ‘정글의 법칙’, tvN ‘삼시세끼-어촌편2’와 금요일 저녁 경쟁한다.

이지선PD는 "시청률로 정규 편성을 정하는 시대가 아니다. ‘능력자들’ 파일럿 방송 때 우리보다 시청률이 더 잘 나온 프로그램들이 있었다”며 “'능력자들'은 수치와 상관없이 새로운 그림과 트렌드, 성장 가능성 면에서 정규 편성이 된 것 같다. 시청률로 판단된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와야 선방한 것'이라는 대중도 없다"고 나름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구라와 정형돈이 진행하는 ‘능력자들’은 1회에 열대어 덕후인 그룹 블락비 태일을 비롯해 편의점 덕후 채다인·김도균, 버스 덕후가 출연한다.

오는 13일 금요일 밤 9시30분 첫 방송.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출처｜동아닷컴DB·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