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를 향해 뛴다!] 태권도 발차기는 과학입니다

입력 2015-11-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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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과학은 태권도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부상 예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과 동작 분석, 최첨단 장비를 통해 태권도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효자종목’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9월 터키 삼순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그랑프리 2차 대회 남자 87kg급 결승에서 조철호(왼쪽)가 사자드 미르다니(이란)에게 강한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WTF

5. 태권도와 스포츠과학

밀어차기·후려차기 때 관절 협응동작 비교
회전 포함된 동작의 발차기 속도가 더 빨라
근전도 측정 통해 기술 수행 효율성 제고도

태권도에 접목된 스포츠과학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적절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포츠과학은 태권도에서도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체계적인 스포츠과학 시스템은 태권도 기술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차이를 분석해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 시뮬레이션 분석

태권도 기술 중 약 80%는 발차기이고, 나머지는 손동작이다. 경기 중 효율적인 발차기를 수행하기 위해선 많은 양의 에너지와 힘 조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앞차기 기술의 경우, 준비동작 후 차는 다리의 고관절을 굴곡시키면서 대퇴가 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것과 동시에 무릎은 굴곡이 일어나면서 무릎 각도가 약 110도가 된다. 이후 상대방을 가격하기 위해 무릎은 신전이 되면서 하퇴의 각속도는 증가하는 반면, 대퇴의 각속도는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하퇴의 각속도가 최고일 때, 대퇴는 거의 제로(0)에 가깝게 나타나 상대방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한 최대치의 힘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동작 분석을 통한 선수의 장단점 파악은 태권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신체의 분절간 상호작용을 통해 최적의 동작수행을 예측·분석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분석은 신체 과부하 또는 외부환경으로 인한 동작에 영향을 주거나 제한이 되는 요소를 제거한 상태에서 신체 분절 체계를 단순화시켜 동작을 예측함으로써, 동작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상을 예방하며, 최적의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체의 분절 모델을 이용한 실험동작을 수행하는 데 있어 부상 예방 및 훈련모델 제시, 기술동작 최적화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발차기 운동에 대한 연구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한다. 특히 상호 분절 간의 공식을 정의하고 시간에 따른 동작을 정량화시킴으로써 상대방이 발차기를 했을 때 보호대 착용 유무에 따른 흉부 부상 위험을 통해 상해 확률을 추측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이 연구에서 빠른 발차기는 물론이고 느린 발차기 시에도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은 흉부를 타격할 때 인체 내의 단단한 내부조직 또는 골격계의 부상을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성공적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적용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신기술들을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비로 모션 캡처 시스템, 근전도, 지면 반력의 기술이 있으며, 이는 기술동작 분석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 동작 분석

태권도에 접목된 또 다른 스포츠과학은 동작분석 시스템이다. 동작분석 시스템은 2·3차원 데이터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동작을 분석하고 운동학적으로 정량화(변위·속도·가속도 등)한다. 이런 동작분석 시스템으로 시공간 파라미터, 일반적인 움직임 패턴, 분절들의 속도 및 가속도 등 수많은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다. 그간 연구자들은 발차기 시 속도는 분절 간의 협응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해 하지 관절의 협응운동에 대해 연구했고, 발차기 마지막 부분에 대체로 협응동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 후려차기와 밀어차기의 속도 비교를 통해 차이를 확인했는데, 후려차기는 약 15.9m/s로 밀어차기(8.8m/s)보다 80% 더 빠르게 나타났다. 이는 발차기 전 신체 회전이 포함돼 있는 동작의 발차기 속도가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동작분석 시스템은 동작을 정량화시켜 변위와 속도 데이터의 획득을 가능하게 했으며, 변위를 이차 미분시켜 속도의 변화량인 가속도를 계산해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태권도 종목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한 스포츠과학의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근전도(Electromyography·EMG) 시스템이다. 근전도는 근육이 일으키는 전기적 특성을 전기적 신호로 나타내는 기술인데, 일반적인 힘과 움직임의 생리학적 과정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태권도의 기술동작 수행은 즉각적으로 인체의 근육 활성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근전도 측정은 이러한 기술동작 수행에서 등척성 수축 패턴, 단축성 및 신장성 수축, 피로 등의 변화에 대해 중요하고 유용하게 응용된다. 태권도에서의 근전도는 발차기 시 여러 근육들이 시간에 따라 순서대로 근육의 활성화 개시(onset) 지표로 사용된다. 또 근력과 근파워, 장시간 근육 활성화 시 나타나는 피로의 상태 등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근전도 분석은 운동선수들의 기술수행시간에 따른 효율성을 측정하는 데 가장 적합한 측정이라고 할 수 있다.


● 장비 첨단화

태권도는 대표적인 타격 종목으로 상대 선수를 정확히 타격하지 않으면 점수를 획득할 수 없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심판이 주관적으로 타격에 대해 판단했고, 이에 따른 판정 논란이 많았다. 따라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태권도 전자호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전자호구의 출발은 태권도의 과학화라는 측면과 공정한 판정이란 틀에서 논의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 전자호구는 기존의 보호장구와 달리 IT 기술, 소형화·경량화된 센서 및 무선통신방식 등을 적용한 첨단기술을 사용해 센서부, 제어부, 통신부 및 전원부로 구성돼 있으며, 타격을 통해 전자호구 내의 전자 시스템이 방출하는 자기전자파(Electromagnetic wave)를 이용하는 등 태권도 장비의 과학화를 상징한다. 이에 따라는 정확하고 강한 타격에 의한 충격이 전자호구에 전해져야 하므로, 경기는 더욱 박진감 있게 변화했다. 그러나 전자호구 사용으로 변화된 태권도 경기 중에서의 전략과 전술에 대한 연구는 더욱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과학 분야에선 태권도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부상 예방, 장비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한 선수 개개인의 동작 분석이나 모델링을 통해 해당 선수가 동작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또 수행동작 중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찾아내거나, 더 나은 수행동작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도자나 선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태권도 경기규칙 변화에 따른 적절한 분석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이러한 스포츠과학의 적용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김언호 박사
스포츠동아·KISS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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