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첼시 리. 사진제공|WKBL
KEB하나은행의 혼혈 센터 첼시 리(26)가 여자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첼시 리는 키 190㎝에 몸무게 100㎏이 넘는 당당한 체격을 갖췄다. 남자프로농구의 몇몇 단신(193㎝ 이하) 외국인선수들보다도 좋은 체격이다.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첼시 리는 조모가 한국인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이를 승인하면서 첼시 리는 국내선수 자격으로 뛰고 있다.
영향력은 ‘용병급’이다. 개막 3경기 만에 WKBL 골밑을 평정했다. 경기당 17.0점·1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10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선 15점·12리바운드를 올렸다. KEB하나은행은 주포 김정은, 외국인선수 샤데 휴스턴이 빠진 가운데서도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을 63-62로 꺾었다. 첼시 리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은행에선 국내 최고의 센터로 평가 받는 양지희가 나섰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양지희를 1대1로 붙여서 수비를 해보려고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용병과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국내선수로는 막을 수 없는 선수다”고 평가했다.
KEB하나은행은 “첼시 리에 대한 출생증명서, 아버지인 제시 리의 출생증명서, 그리고 조모의 사망확인서(1979년 사망)를 WKBL에 제출했다. 첼시 리가 혼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첼시 리는 신분에 대한 의심을 사고 있다. 첼시 리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반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KEB하나은행을 제외한 5개 구단 감독, 관계자들 사이에선 “용병 하나 데려다가 첼시 리와 같은 서류만 준비해서 혼혈이라고 하면 되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첼시 리의 신분에 대한 의구심은 올 시즌 내내 KEB하나은행과 WKBL이 안고 갈 과제가 됐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