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규민의 말 못한 아픔 “나도 나라 위해 뛰고 싶었다”

입력 2015-11-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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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규민. 스포츠동아DB

5일 쿠바와의 평가전서 오른손 부상
통증 참고 대만행…“스트레스 극심”
12일 1이닝 무실점으로 ‘이상 무’

“12시간 뒤면 비행기를 타는데 ‘아차’ 싶었죠.”

우규민(30·LG)이 그토록 염원하던 국제대회 마운드를 밟았다. 12일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조별예선 3차전에서 선발 이대은(지바롯데)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컨디션 점검 차원의 등판이었지만, 손바닥 부상을 털어내고 1이닝 동안 26구를 던졌다. 2안타를 허용하는 등 투구수가 많아졌지만, 병살타와 삼진으로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9년만이었다. 우규민은 2006년 당시 불펜투수로 5경기에서 5.2이닝 1실점으로 1승, 방어율 1.59를 기록했다. 그는 이후 꾸준히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쳐왔다.

시련도 있었다. 대표팀 선발투수로 이번 대회를 준비하던 우규민은 5일 쿠바와의 2차 평가전에서 투구하는 오른손에 타구를 맞고 강판됐다.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지만, 시퍼렇게 멍이 들고 손등이 부은 탓에 대표팀에 비상이 걸렸다. 우규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맞는 순간엔 정말 아팠다. 그리고 든 생각은 ‘아, 12시간 뒤면 비행기를 타는데’였다”고 밝혔다. 다음날 오전 개막전이 열리는 일본 삿포로로 출국하는데, 하필 직전에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뼈나 인대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대표팀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통증은 여전했다. 일본에서 불펜피칭을 할 때만 해도 손을 비틀지 않는 직구만 던질 수 있었다. 대만에 도착한 뒤에 주무기인 서클체인지업을 구사하기 시작하며 조금씩 등판 가능성을 높였다.

그동안 컨디션을 물어도 “괜찮다”며 짧게 답하던 우규민은 “사실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선발로 대표팀에 승선했으나, 부상 탓에 등판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규민의 손바닥에는 여전히 멍이 남아 있고, 손등은 부은 상태였다. 그는 “내가 태극마크를 달아도 되는지 고민했다.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나도 국가를 위해 뛰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실전등판에서 마음고생은 다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경기에서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을 실력으로 보답할 일만 남았다.

타이베이(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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