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모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조연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드라마 캐스팅 과정에서도 주연 라인업을 완성하고도 역할에 걸맞는 조연이 없어 헤메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만큼 실력 있는 조연이란 톱스타 주연만큼 귀한 존재인 것이다.
'아내의 유혹', '샐러리맨 초한지', '기황후', '어셈블리' 등에서 활약한 김서형은 각 작품에서 주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남기며 활약해 왔다. 강렬한 악역에서 코믹한 푼수 국회의원까지 그는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시청자들을 만족시켜 왔다.
"저야 주연과 조연 사이에서 간당간당하게 일하고 있는 배우죠. 물론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주연인지 조연인지를 신경 쓰진 않았었어요. 그냥 캐릭터가 망가지는 것이 제일 무섭고 한 장면이라도 제대로 잘 살리는데만 집중했었죠." 그런 김서형이지만 최근에는 작은 욕심도 생겼다. 배우로서 아슬아슬하기만한 지금의 상황을 깨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기 시작한 것.
"요즘 들어서 많은 생각을 해요. '내가 20대 때 인기를 얻어 소위 말하는 핫한 배우가 되었어야 하는 건가'라는 후회도 하게 되고요. 그렇게 계속 저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는데 잘 모르겠어요. 우선은 지금의 자리에서 버티는 것이 중요하겠죠."
어느덧 시간이 흘러 40대 여배우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의 말대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황 중이다. 하지만 사춘기 때의 방황과는 다르다. 아무리 돌아가도 김서형이 바라보는 지점은 결국 연기이기 때문.
"제 안에 에너지는 많은데 기회가 주어지질 않으니 해소가 안돼요. 그래서 작은 영화라도 참여해서 드라마에서 못해봤던 연기를 해보려고 해요. 같은 강한 캐릭터라도 다르게 연기해보려고 하고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회가 잘 안오네요. 이 부분은 이해가 안가요. 내가 학벌이 안좋아서 그런걸까요? 아니면 그만큼 안 예쁜건가요?"
이런 소소한 불만들은 결국 김서형 안의 일 욕심 때문이다. 조금만 공백기가 길어져도 초조해진다는 그는 주, 조연을 떠나 연기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원하고 있다.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이 바로 올거라는 자신감이 생겨요. 또 기대를 하는거죠. 저는 늘 (기회가 올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살아요. 그 덕분에 작품에 들어가면 죽을 것처럼 연기에 올인을 할 수 있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