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엄마에서 배우로’ 김지우 “딸 루아의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입력 2015-11-21 09: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벌써 공연이에요. 너무 떨리고 불안하네요. 아이고~”

2년 만에 뮤지컬 배우로 복귀하는 김지우는 마치 데뷔를 앞둔 신인처럼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데뷔 무대보다 더 떨린다”는 그는 런스루(Run-Through 마치 정식 방송이나 연극인 것처럼 연습하는 일)때 “배도 살살 아플 정도”라며 개막을 앞둔 긴장감을 드러냈다.

무대로 돌아오는 김지우가 택한 작품은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제목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이 대작을 고른 그는 복귀작인만큼 고심도 컸다. 딸 루아의 돌이 지나고 무대로 돌아오려 했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개막 소식은 복귀를 앞당기게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역할을 포기하기 싫을 정도로 욕심이 났다”라고 말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어렸을 때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몰라요. ‘스칼렛 오하라’는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하고 싶은 역할 중 1순위 일걸요? 오랜만에 복귀인데 이렇게 커다란 타이틀 롤을 짊어지고 가도 될지에 대한 부담감이 정말 컸어요. 복귀를 고민할 때는 처음부터 단계별로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소속사 입장은 배우가 복귀하는데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하길 바랐어요. 그런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다시 개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손을 뻗었고 운이 좋게 이 역할을 맡게 됐죠.”

9월 말부터 시작한 연습은 그야 말로 전쟁 같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부르는 넘버와 안무 등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감’을 찾는 게 힘들었다. 김지우는 “스스로 눈치를 보게 되더라. 연습할 때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걱정이 컸다. 사람들이 ‘지우야, 눈치 보지 마’라고 하는데도 불안하더라”고 말했다.


“목소리도 안 나오고, 아이고 죽겠더라고요. 아마도 폐 끼치기 싫어서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앙상블 배우들이 ‘미치도록’ 잘해요. 앙상블들이 군무를 할 때 주, 조연 배우들이 눈물을 한 바가지씩 쏟아요. 너무 잘해서요. 제가 언젠가 앙상블 배우들한테 ‘너희 왜 그래, 미쳤나봐. 왜 이렇게 잘해?’라고 뭐라고 하기도 했어요. (웃음) 이렇게 잘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주연이라고 제가 섰는데 못 하면 안 되잖아요. 뽑힌 값어치는 해야죠. 하하. 정당성이 있어야죠. 관객들에게 ‘운이 좋아서 뽑혔다’는 평은 듣고 싶지 않아요. 잘해야 해요. 꼭.”

다부진 각오가 말 뿐이 아니었다. 김지우는 소설책을 읽고 캐릭터에 대해 고민했고 영화 스틸 컷을 참조하며 ‘스칼렛 오하라’의 표정부터 몸짓 등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는 “배우 비비안 리의 전매특허 표정인 한쪽 눈썹 올리기는 꼬집어주고 싶을 만큼 예뻐야 했다”라며 “남편이 그 표정을 보더니 ‘참~못되게 생겼네’라고 하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스칼렛 오하라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다. 특히 아이가 죽었을 때 아무렇지 않은 ‘엄마’ 스칼렛의 모습은 좀처럼 납득이 되질 않았다.

“제가 엄마가 돼서 그런가 봐요. 내 속으로 낳은 아이가 죽었는데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책에서 보면 레트 버틀러와 결혼하기 전 찰스 해밀튼과 프랭크 케네디와 결혼을 했었는데 그 사이에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레트 버틀러와 낳은 아이 보니가 죽었을 때 ‘왜 그 아이들이 죽지 않고 보니가 죽었을까’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부분이 스스로 납득하기 힘들어 감정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어려웠어요. 그러다 연출가 선생님께서 ‘네가 스칼렛이 돼야지, 스칼렛을 너로 만들면 어렵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 무릎을 탁 쳤어요. 연출가 선생님께서 ‘그 때는 여성이 아이도 많이 낳았고 갓 태어난 아이가 100일을 넘기는 것도 힘들었다. 남은 아이들과 자신의 인생을 위해 죽은 아이는 마음 한편에 묻어둔 게 아닐까’라는 설명을 해주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스칼렛의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참 대단한 여성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살아도 그는 ‘신여성’이지 않을까.”


무대로 복귀한 김지우는 ‘워킹맘’이 되었다. 돌이 지나지 않은 루아 양을 떼어놓고 오는 게 여간 마음이 아픈 게 아니다. 그는 “딸과 떨어져 있는 게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가장 미안한 것은 내가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루아’ 생각을 할 틈이 없다는 거다. 공연에 집중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 때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임신 6개월 정도 됐을 때 ‘프리실라’를 보러 갔는데 이지훈 씨가 객석에서 뛰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곤 ‘너 큰일 나면 어쩌려고’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고요. 무대 위로 올라가서 공연하고 싶은데 관객석에 있는 게 정말 슬펐죠. 근데 딸을 낳고 참 감사했어요. 뱃속에 아이를 갖고 있는 동안 답답함도 느꼈지만 대신에 아이를 키우는 행복을 알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더라고요. 또 딸을 위해서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게다가 엄마라서 이 역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아마 루아를 낳지 않았다면 이 연기가 정말 어려웠을 거예요.”

이젠 배우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그는 또 다른 각오로 무대에 선다. 김지우는 “예전에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을 했지만 지금은 딸 루아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며 “아이가 커서 엄마의 공연을 보고 ‘나도 엄마 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는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작품을 기억할 것 같아요. 복귀작이라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열정과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데 막이 내려갔을 때 ‘너 진짜 열심히 했어!’라는 스스로에게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창피하지 않도록. 또한 배우만 남는 공연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영화를 봤는데 줄거리는 기억에 안 남고 배우만 기억에 남는 것도 있잖아요. 그런 게 싫더라고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시작부터 끝까지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클립서비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