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캡틴 오재원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입력 2015-11-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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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원(오른쪽). 스포츠동아DB

두산 오재원(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프리미어12’ 등 우승 겹경사
대표팀서 투지 넘치는 활약 ‘이미지 변신’
금의환향 후 32사단 입소…FA 대박 기대


두산 오재원(30)처럼 바쁜 한 해를 보낸 야구선수가 또 있을까. 산 하나를 넘으면 또 봉우리 하나가 나오고, 그 봉우리를 무사히 통과하면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결말은 늘 해피 엔딩. 그래서 버틸 힘이 생긴다.

오재원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발 한 번 제대로 뻗어 보지 못할 만큼 정신없는 2015년을 보내고 있다. 일단 출발부터 그랬다. 올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그가 김태형 감독 부임과 함께 새 주장을 맡았다. 개인 성적에만 신경 쓰기에도 바쁜 해에 선수단의 리더 역할까지 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시즌 도중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주장이 이렇게 힘든 자리인 줄 몰랐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144경기 체제라 유독 길었던 정규시즌이 끝난 뒤에는 기다렸다는 듯 가을야구가 시작됐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제외한 포스트시즌 전체를 다 소화했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에는 곧바로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대표팀 멤버로 차출돼 합숙훈련을 시작했다.

물론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고생이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한국은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오재원은 역대 한일전 명승부 역사에 길이 남을 프리미어 12 준결승에서 9회 대역전극의 발판도 놓았다. 남들은 평생 한번도 경험하기 힘든 우승을 1년에 2차례나 연이어 경험했으니, 물심양면으로 최대한의 보상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22일 대표팀과 함께 금의환향한 오재원은 바로 다음날인 23일 세종시에 있는 32사단으로 입소했다.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서다. 원 소속구단과의 FA 우선협상기간은 22일부터 28일까지. 당연히 스스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날짜를 조정할 수도 없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선수들은 모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입소하기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 역시 “원 소속구단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게 됐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래도 올해 오재원에게는 늘 고생 끝에 낙이 왔다. 2번의 우승과 함께 단숨에 ‘FA 대어’로 급부상한 오재원이다. 과연 그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도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까.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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