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사관학교 ‘라디오스타’ ①] ‘무릎팍도사’ 셋방살이에서 건물주 되다

입력 2015-11-24 1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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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 특집 ①] 셋방살이 하더니 어느덧 건물주가 되었네요

사람이 한순간에 인생역전을 하듯 예능 프로그램도 하루 아침에 그 위상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현재 MBC 대표 예능이 된 '무한도전'이 그랬고, KBS2 '1박 2일' 시리즈도 험난한 시절을 살아남아 지금의 위상을 획득했다.

지금부터 언급할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도 잡초같이 살아남아 수요일 밤의 터줏대감이 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매회 MC들의 화려한 입담과 새롭게 탄생하는 예능 늦둥이를 탄생시키는 이 프로그램도 처음에는 서러운 셋방 살이로 시작했다.


'라디오스타'는 2007년 시작 당시만 해도 '황금어장' 속 한 코너에 불과했다. 콩트에서 발전한 '무릎팍 도사'가 강호동을 앞세워 대한민국 대표 토크쇼로 성장하는 동안 '라디오 스타'는 그저 방송 시간을 채우기 위한 역할에 머물렀다.

이 또한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았다. '무릎팍 도사'의 게스트가 영향력 있는 스타일 경우 '라디오 스타'는 10분 남짓 전파를 탄 후 끝을 맺었다. 그럼에도 제작진과 MC들은 이를 불쾌해 하기는 커녕 불안한 자신들의 입지를 개그로 활용해 시청자들의 B급 감성을 충족시켰다.

이처럼 '라디오스타' 면면에 흐르는 B급 감성에는 윤종신, 김구라, 신정환 등 초창기 MC들의 공이 컸다. 게스트를 불러 다른 토크쇼에서는 하지 못할 질문들을 김구라에게 맡기고 이에 대한 재치있는 수습을 윤종신, 신정환에게 맡기는 패턴으로 이야기를 끌어왔다.


이후 2009년 초창기 멤버였던 신동이 빠지고 개그맨 김국진이 투입되면서 '라디오 스타'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게스트 물어뜯기에 바빴던 '라스' MC들이 그나마 차분하게 진행을 하고 코너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은 김국진 덕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희철, 유세윤, 규현으로 이어지는 MC 교체를 거쳐 현재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라스'의 구색이 만들어 졌다. 진행부터 특기인 게스트 물어뜯기까지 모두 가능한 전천후 토크쇼가 된 것이다.

이런 '라스'의 눈부신 성장은 스스로 '무릎팍 도사'의 그늘을 치워버릴 정도였다. MBC가 강호동이 잠정 은퇴 후 다시 돌아와 '무릎팍 도사'를 부활시켰으면서도 '라디오 스타'의 앞자리에 편성하지 않았던 것을 봐도 '라스'의 당시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라스'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음악 예능이 범람하는 시대에 거의 유일한 지상파 토크쇼가 됐다. 여기에 '무한도전'에 이어 MBC 예능 중 장수 프로그램 축에 끼게 됐으니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다.

서러운 셋방 살이를 지내던 '라스'가 8년이 지난 지금 어엿한 건물주로 자랐다. '라스'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을 지켜내고 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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