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로버츠 감독의 ‘맏형 리더십’, 다저스는 응답할까?

입력 2015-12-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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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LA 다저스와 같은 명문 팀의 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단 경영진이 바뀐 이후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구단으로 발돋움한 다저스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2013∼2015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구단 역사상 6번째로 많은 승리를 거둔 돈 매팅리 전 감독과 결별을 택한 다저스는 장고 끝에 올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벤치코치를 지낸 데이브 로버츠(사진)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로버츠는 만 43세에 불과하다. 게다가 감독 경험도 전무하다.


● 준비된 지도자

1972년 일본 오키나와 태생인 로버츠 감독은 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야구 명문 UCLA 출신이지만, 1994년 신인드래프트 24라운드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지명을 받았을 만큼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것은 2002년 다저스로 이적하면서부터다. 당시 나이 30세였다. 오랜 무명의 설움을 씻으려는 듯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주로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며 226도루를 기록했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뒤 파드리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은퇴 직전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브루스 보치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파드리스에서 지장 버드 블랙 감독을 보좌하는 벤치코치를 역임했다. 그 누구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 다저스에 백인보다는 소수계 선수들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한 다저스 경영진에 의해 유력한 후보자였던 유태계인 게이브 캐플러를 제치고 감독직에 오르게 됐다.


목표는 오로지 우승

고액 연봉자들이 수두룩한 다저스는 팀 케미스트리가 끈끈하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또 최근에는 계륵 신세로 전락한 야시엘 푸이그가 연달아 사고를 치면서 트레이드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외야수 스콧 밴 슬라이크의 부친인 앤디 밴 슬라이크는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다저스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단장과의 면담을 통해 푸이그의 트레이드를 요구했다”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매팅리 전 감독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출신인 것과 달리 로버츠 신임 감독은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쳤고, 벤치 멤버의 설움을 잘 알기에 팀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맏형 리더십’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건재하지만, 커쇼와 원투펀치를 이루던 잭 그레인키가 5일 2억650만달러의 조건으로 지구 라이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떠났다. 3선발 류현진은 어깨 수술로 재활 과정에 있다. 그러나 내년 시즌 다저스의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신임 감독에게 버거운 과제일 수 있지만, 지난 27년간 이어져온 우승 갈증을 해소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그가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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