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마을’ 우현주 “배우들, 서로 범인 아니냐고 의심했죠”

입력 2015-12-13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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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가 지나도록 범인이 누군지 몰랐어요, 제가 죽는지 사는지도 몰랐는데요(웃음).”

최근 종영한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의 범인이 궁금한 건 시청자만이 아니었다. 참여하는 배우들 역시 범인이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촬영장에서 서로 “네가 범인이지?”하며 의심했고 ‘배우 중 1명은 범인을 안다더라’는 소리에 그 사람이 누구냐며 재미나게 수소문 하기도 했다고.

배우 우현주도 마찬가지였다. 극중 가영(이열음)의 엄마이자 ‘반전의 열쇠’를 갖고 있던 경순 역을 맡았던 그는 “감독님이 정말 안 알려주시더라.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제가 추리물 장르를 좋아해요. 보통 대본을 보면 내가 나오는 부분이 어딘가를 먼저 살피는데 ‘마을’은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게 되더라고요. 드라마 자체에 팬이었기 때문에 빨리 다음 대본이 나오길 기다렸죠. 정말 즐거운 촬영이었어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8)’ 이후 계속 무대에서 배우 생활을 한 우현주는 오랜만에 TV로 돌아왔다. 이용석 감독이 평소 뮤지컬, 연극을 보러 다니며 직접 캐스팅에 나섰고 대중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연기력만큼은 믿을 수 있는 무대 배우들을 캐스팅 했다. ‘아가씨’ 역의 최재웅, ‘남건우’ 역의 박은석 등이 그 주인공이다. 우현주도 마찬가지다.

“이용석 감독님을 5년 전에 처음 알았는데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하시고 연극을 보러 자주 대학로에 오세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작품의 캐릭터에 알맞은 배우들을 찾으신 것 같아요. 요즘 이런 추세가 반가워요. 의미도 있고요. 이제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아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고르는 게 (작품성에) 더 가치가 있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드라마 특성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 하시는 거죠. 일종의 세분화 작업이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저희를 신뢰해주시니 스태프들도 저희를 믿어주시더라고요. 가끔 어떤 촬영장은 그러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마을’은 정말 모든 배우를 소중하게 생각해주셨어요. 편안하게 촬영했습니다.”

딸 ‘가영’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우현주는 “’열음’이가 정말 예뻤다. 두 아들을 키워서 그런지 역할 상 딸이어도 정말 예쁘더라”며 “자세히 보면 우리 얼굴이 비슷하게 생겼다. 열음이도 처음 나를 보고 ‘우리 엄마를 닮으셨다’라고 말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열음이도 그렇고, ’서현’(서유나 역)이도 정말 귀여운 아이들이었어요. 서현이는 제 아들과 비슷한 또래라. (웃음) 장면 중에 열음이도 때리고 근영이도 때리는 곳이 있는데 그 촬영 할 때 긴장을 좀 했어요. 때리는 연기는 살짝 때리려 해도 세게 때려지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근영이는 한 번에 세게 때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촬영 때 감독님께서 절묘한 타이밍에 박수를 치셔서 제가 살짝 때렸는데 세게 때린듯한 효과가 있었어요. 무사히 그 장면을 넘겼죠. (웃음)”

앞서 말했듯, 우현주는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7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고정 출연은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집 나간 가영이를 찾는 장면이 내 첫 촬영이었다. 비를 맞으며 가영이를 찾는데 그날이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그러자 감독님이 ‘연극과는 좀 다른 고생이죠? 우리 이렇게 살아요’라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그렇더라. 준비부터 촬영까지 우리보다 더 고생하는 스태프들이 있지 않나.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다르지만 비슷한 고생을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예전에 드라마 캐스팅을 몇 번 고사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회가 돼요. 배우가 배우면 됐지, 뭘 그렇게 따졌나 싶더라고요. 어디서 연기하든 우습게 볼 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무대이든, 카메라 앞에서든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거든요. 단지 계단으로 그 길을 올라가느냐, 줄을 타고 올라가느냐에 차이일 뿐이죠. 그럼 뭐 어때요? 어쨌든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거죠. (웃음)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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