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모든 방송프로그램은 그 내용과 관련해 일정한 시청등급을 고지하고 있다. 방송사는 방송법상 규정에 따른 ‘방송프로그램의 등급분류 및 표시 등에 관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한 연령의 범위를 각 프로그램의 폭력성, 선정성, 언어사용 등 기준으로 ‘전체’ ‘7세 이상’ ‘12세 이상’ ‘15세 이상’ ‘19세 이상’이라는 시청등급을 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에 해당하는 방송프로그램은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국내 첫 번째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판정을 받은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1998년 오늘 SBS가 다시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모래시계’다. SBS는 일부 폭력적인 장면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화면 상단에 ‘18세 미만 시청불가’를 나타내는 ‘○18’ 자막을 넣고 방송했다. 1997년 7월부터 시행된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조치이기도 했다. 사전심의를 받는 일부 영화 등이 아니라 사후심의를 받는 드라마가 이 같은 자막 표시를 한 것은 ‘모래시계’가 처음이었다.
‘모래시계’는 1995년 1월 방영을 시작해 ‘귀가시계’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방송 시간에 맞춰 시청자가 귀가한다는 것이었다. 최민수, 박상원, 고현정이 주연하고 이정재라는 신인을 스타덤에 올린 드라마는 스타작가 송지나 작가의 대본을 고 김종학 PD가 연출하며 MBC ‘여명의 눈동자’에 이은 또 한 편의 ‘콤비’를 이뤘다.
드라마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검사와 조직폭력배 두목이 된 두 남자와 카지노 대부의 딸이 펼쳐내는 이야기였다. 이 같은 줄거리 속에서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적 장면이 방송 내내 논란을 모았다.
1998년 1월 재방송을 할 당시 역시 논란은 계속됐다.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속에 SBS는 재방영을 하면서 몇몇 장면을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도한 삭제로 인해 극의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결국 청소년 유해물 관련 표시를 했다. 당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조직폭력 집단의 행태를 미화하는 등 청소년에게 불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