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본이 등장했다. 충격적이면서도 정교한, 말 그대로 기가 막힌 연결고리였다.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는 2011년 방송된 SBS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 드라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시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그 이전 시대를 다루고 있다.
프리퀄 드라마이기 때문일까. ‘육룡이 나르샤’ 방송 전부터 ‘뿌리깊은 나무’와의 연관성을 찾는 열혈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런 가운데 강력한 한 방이 공개됐다. 23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42회 속 충격적인 ‘밀본’의 등장이다. 특히 의리, 감동, 짜릿함 등 시청자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스토리의 저력이 있었기에 밀본 등장의 여파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날 이방원(유아인)이 요동성에서 훗날 명나라 황제 영락제가 되는 주체(문종원)와 만난 장면에서 시작됐다. 주체는 자신에게 칼을 들이민 무휼(윤균상)을 죽이겠다 했지만, 이방원은 무휼이 마지막으로 싸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방원의 총명하고도 건방진 요청을 받아들인 주체. 결국 무휼은 주체의 무사와 목숨 건 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방원은 무휼에게 반드시 살아남으라고 명령했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건 호위무사 무휼에 대한 이방원의 신뢰, 이방원을 향한 무휼의 충정은 안방극장에 뜨거운 의리를 보여줬다. 그리고 수많은 명나라 병사들 앞에서 혈혈단신으로 싸워 이기는 무휼의 모습은 긴장감과 짜릿함, 통쾌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무휼의 액션은 ‘역대급’이라는 단어를 써도 무방할 정도로 묵직하고 처절했다.
무휼의 승리 후 이방원은 번뜩이는 지략을 발휘해 주체를 설득했다. 요동을 지키면서도 중원의 지도만 보고 있는 주체를 통해, 그의 마음 속을 읽은 것. 이방원은 더 이상 조선을 몰아붙이는 대신 자신을 새로운 ‘활로’로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주체의 상황을 언급하며 설득력을 높였다. 결국 주체는 이방원을 통과시켜 명으로 향하게 했다.
그렇게 이방원이 요동을 통과해 명으로 떠난 뒤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분이(신세경)는 반촌의 행수가 되었고, 요동에 남은 무휼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무사가 되었다. 그리고 정도전(김명민)은 조선의 기틀을 세움과 동시에 새로운 움직임을 시작했다. 바로 ‘밀본’이다.
꾸준히 반촌을 찾던 정도전은 관리, 백성, 성균관 유생 등 다양한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다. 어두운 밤, 정륜암으로 이들을 불러모은 정도전은 “우리가 이 나라의 건강하고도 튼튼한 뿌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외다. 조선이라는 나무가 만세에 이르도록 우리는 뿌리 중의 뿌리, 숨겨져 있으나 살아 숨쉬고 보이지 않으나 기운을 전하는 감춰진 뿌리. 우리가 이 땅의 ‘밀본’이올시다”고 외쳤다. ‘밀본’의 탄생인 것이다.
‘밀본’은 ‘뿌리깊은 나무’의 핵심이었다. 그런 ‘밀본’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가 ‘육룡이 나르샤’에서 그려짐으로써, 두 드라마 사이의 완벽하고도 기막힌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동시에 밀본의 탄생이 나오기까지 42회를 쉴 새 없이 채운 긴장감, 충정, 의리, 감동 등은 시청자를 한시도 마음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토록 짜릿한 60분을 만들어낸 ‘육룡이 나르샤’가, 고도의 정교한 프리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또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 것인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