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매료시킨 ‘완벽주의자 박병호’

입력 2016-03-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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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박병호.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토론토와 시범경기서 솔로포…2연속경기 홈런의 비밀

1. 넥센시절부터 용병 통해 ML 정보 축적
2. 영어공부에 빅리그용 장비도 사전 준비
3. 삼진 먹어도 제 스윙…마인드컨트롤까지
4. 현지서도 20홈런 이상 예상 칭찬 일색


박병호(30·미네소타)를 잘 아는 사람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아주 잘하든지, 완전히 못 하든지 둘 중 하나일 것 같다”고 예측한다. 이 말 속에는 박병호의 천부적 파워와 성실함에 대한 믿음과 여리고 섬세한 성품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담겨 있다. 그렇기에 시범경기부터 박병호의 성적은 중요했다.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개막전에 임하느냐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병호의 2연속경기 홈런의 가치는 가볍지 않다.

박병호는 7일(한국시간) 탬파베이전 만루홈런에 이어 하루 쉬고 등장한 9일 토론토전(플로리다주 오토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도 2회 첫 타석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2연속경기 홈런이다. ‘한국 홈런왕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까’라는 의문이 확신으로 점점 바뀌고 있다.


● 치밀한 준비의 힘

박병호가 몸담았던 넥센이라는 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박병호는 아주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를 생각할 운명 속에 있었다. KBO리그 4년 연속 홈런왕, 2년 연속 50홈런을 달성한 박병호 스스로도 한국에선 더 이룰 것이 없었다.

넥센 관계자는 “박병호는 외국인선수가 새로 들어오면 늘 찾아가 물었다. 미국야구의 풍토와 정보를 계속 축적했다. 영어공부도 개인강사를 초빙해 일찍부터 따로 해왔다”고 말했다. 심지어 발목에 차는 렉가드 같은 야구장비도 메이저리그에 갈 때를 대비해 미리 마련해놓았다. 포스팅시스템(1285만달러 낙찰)을 통해 미네소타 입단(5년 최대 1800만달러)이 확정된 뒤에도 예상보다 늦게 귀국했다. 알고 보니 미네소타에서 가족이 살 집을 직접 살피느라 그랬다.

박병호의 완벽주의적 성향은 ‘상황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의 마인드 컨트롤’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3연타석 삼진(3일 보스턴전)으로 출발했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튿날 첫 안타(4일 보스턴전)를 신고했다. 이후 6일 볼티모어전에서 또 무안타였지만, 7일과 9일 연거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의문이 확신으로 변한다!

스몰마켓 팀 미네소타는 폴 몰리터 감독, 테리 라이언 단장 체제에서 ‘2016시즌은 박병호를 무조건 안고 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빅마켓 구단에서 누리기 힘든 행운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미국 언론도 박병호에 대해 기대감을 계속 표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박병호를 주목할 루키 5위로 선정하며 20홈런 이상을 예상했다. LA 다저스 일본인투수 마에다 겐타(6위)보다 높은 순위다.

박병호는 9일 토론토전 직후 미네소타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타이밍이 점점 좋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헛스윙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하고 있다. 실제로 박병호는 2회 토론토 우완 선발 가빈 플로이드(33)의 시속 92마일(148km) 직구에 대응해 좌중월솔로홈런을 뽑아냈다. 메이저리그 통산 72승 투수이자, 이날 박병호 외의 타자는 완벽히 제압한 플로이드도 “박병호의 평판은 들었다. 스윙이 좋았다”고 인정했다. 2타수 1안타(홈런) 1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하고 6회 교체된 박병호의 시범경기 성적은 13타수 3안타(타율 0.231) 2홈런 6타점 4득점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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