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링’은 1969년 영국의 보수적인 여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비극적인 사건 이후 학교 전체로 번지기 시작한 기묘한 증상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영화. 영화는 격변의 시대인 1969년을 배경으로 한다. 자유분방한 60년대를 넘어 역동적인 시대상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캐롤 몰리 감독의 의도에 부합하는 매력적인 해로 인류가 달 착륙에 성공한 때이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역사적으로 청소년기에 해당되는 시대라는 점이 영화 속 사춘기 소녀들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영화에서 소녀들은 새로운 것과 미지의 세계를 찾아 헤매는 반면, 어른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며 향수를 느낀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 시대를 상징한다. 미스터리의 중심에는 두 소녀, 열정적이고 예민한 리디아(메이지 윌리암스)와 인기 많고 반항적인 아비(플로렌스 퓨)가 있다. 성숙하고 매력적인 아비는 친구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보수적인 어른들에게는 염려되는 학생, 요주의 인물이다. 전쟁을 겪은 세대인 교사 만텔(그레타 스카치)은 여학생들을 엄격한 규율로 통제한다. 일례로 아비의 교복 치마 길이를 단속하고 교칙에 대해 일일이 설교 한다.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리디아의 엄마 에일린(맥신 피크)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이 40~50년대 사고방식에 갇혀 있다. 특히, 여성의 성적 표현을 경계한다. 영화 속에서는 여학생들이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위협적인 반항으로 여긴다. 따라서 극중 어른들은 기묘한 증상에 대해 몇몇 학생들의 자작극으로 치부해 버리며 외면한다. 전염 증상이 극심한 지경에 이르자, 수상한 여교장(모니카 돌란)은 기묘한 전염 증상을 파헤치는 리디아를 배척함으로써 불편한 사건을 덮어버리려 한다.
추락하는 소녀들의 미스터리를 그린 영화 ‘폴링’은 학창시절의 사랑과 우정, 불안과 갈등 등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곡예를 수수께끼 같은 미스터리 속에 녹여내고 있다. 그 시절의 섬세한 감성과 아련한 추억을 소환하는 영화 ‘폴링’은 다가오는 봄날, 익숙하고도 낯선, 아름다운 미스터리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할 예정이다.
한편 영화 ‘폴링’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김미혜 기자 roseli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더블앤조이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