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양철호 감독과 선수들.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 속공 13번 시도중 7득점
염혜선 “한명보다 여러 선수에 의지”
‘NH농협 2015∼2016 V리그’ 포스트시즌의 키워드는 중앙이다. 가운데서 중심을 잡고 빠르고 다양한 속공을 잘한 팀이 모두 성공했다. 그동안 양쪽 날개가 공격의 중심이라고 봤던 배구의 상식을 깨는 올해 ‘봄 배구’다.
1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부 준플레이오프(준PO) 단판대결의 승패도 중앙과 속공에서 갈렸다. 정규리그 3위 삼성화재는 4위 대한항공을 맞아 23번의 속공을 시도해 19득점했다. 성공률이 무려 83%였다. 세터 유광우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순도 높은 공격에 대한항공의 블로킹은 속수무책이었다. 반대로 대한항공은 속공을 6번 시도해 3개만 성공시켰다.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의 집중적인 날개공격을 8개의 블로킹으로 잘 차단했고, 결국 3-1로 승리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12일 OK저축은행과의 PO 1차전에서 속공 때문에 졌다. 안산에서 열린 경기에서 상대의 강한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린 삼성화재는 3세트 동안 고작 9개의 속공만 시도했다. 이 가운데 득점은 5개로 성공률은 56%였다. 대한항공전과 비교하면 속공 점유율과 성공률 모두 떨어졌다.
그나마 평소 과감한 속공을 잘하는 유광우였기에 망정이지 이날 삼성화재는 리시브가 흔들려 세터의 머리 위로 정확히 공이 배달된 적이 드물었다. 경기의 분수령이었던 1세트 23-24에서도 리시브가 흔들려 지태환에게 연결한 유광우의 토스는 정확하지 못했다. OK저축은행은 이 속공을 송명근의 디그로 잡아낸 뒤 시몬의 백어택으로 연결해 세트를 따내면서 3-0 완승의 길을 닦았다. 이날 OK저축은행은 무려 10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그로저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삼성화재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반대로 OK저축은행은 그동안 시몬만 바라보던 세터 곽명우가 첫 세트부터 용감하게 센터 한상길을 이용한 속공을 성공시키는 등 15번의 속공에서 13득점해 삼성화재의 블로킹이 분산되도록 했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여자부 PO도 중앙과 속공에서 힘과 높이의 차이가 승패를 갈랐다. 11일 1차전에서 현대건설은 염혜선이 평소처럼 양효진만 바라보지 않았다. 다양한 공격루트를 찾았다. 그 덕분에 속공 13번 시도에서 7득점, 시간차공격 29번 시도에서 13득점으로 날개공격과 균형을 잘 이뤘다. 반면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이동공격이 좋은 흥국생명은 21번의 시도에서 5점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속공도 20차례 시도에서 8득점에 그쳤다. 무엇보다 발이 느린 알렉시스가 상대 양효진을 적절하게 막아주지 못했고, 김수지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이재영에게만 집중된 공격은 세트가 갈수록 효율성이 떨어졌다.
흥국생명은 13일 2차전에서 세터 조송화가 이재영 외의 다른 선수도 보기 시작한 덕분에 속공 시도 17개-성공 6개, 이동공격 시도 10개-성공 5개의 수치를 남겼지만 양효진의 시간차공격으로만 14득점한 현대건설을 넘어서진 못했다. 염혜선은 “상대의 낮은 곳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한 명의 선수에게 의지하기보다는 다양하게 선수들을 이용했는데 쉽게 점수를 뽑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인천 l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