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판 6실점’ 마에스트리, 기록이 전부가 아냐!

입력 2016-03-1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화 마에스트리. 스포츠동아DB

한화 마에스트리. 스포츠동아DB

KBO리그 데뷔전인 17일 SK전 2이닝 6실점 부진
한화 김성근 감독 “잘 던졌다. 다음 등판은 선발”
시속 150㎞ 강속구, 포크볼 조합은 위력적 평가


15일 한화가 2016시즌 3번째 외국인선수를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투수를 잡겠다”고 했지만,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는 알렉스 마에스트리(31)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계약 총액 5000만엔 중 옵션(3000만엔)이 연봉(2000만엔)보다 많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이는 동기부여 측면이 강하다. 부진을 대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마에스트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오릭스에서 뛰었다. 일본프로야구에선 4년간 96경기(선발 21경기)에 등판해 14승11패1세이브, 방어율 3.44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14시즌에는 36경기에서 3승1패1홀드, 방어율 1.97을 기록하며 오릭스가 퍼시픽리그 2위를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마에스트리가 동양 야구를 경험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마에스트리는 계약 이틀 만인 1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와의 시범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2-1로 앞선 7회에 구원등판해 2이닝 동안 6안타(1홈런) 1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기록만 보면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시 마에스트리는 최고 구속 150㎞의 직구 19개와 함께 슬라이더(121~132㎞) 10개, 포크볼(135~136㎞)과 투심(143~146㎞)을 각각 5개씩 던졌다. 특히 강속구와 포크볼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일본무대를 호령하는 마무리투수 사와무라 가즈히로(요미우리), 니시노 유지(지바롯데)를 연상케 했다. 7회초 첫 상대 정의윤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박정권, 조동화, 최정민을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력을 뽐냈다. 박정권과 조동화는 포크볼, 최정민은 시속 147㎞의 직구로 요리했다.

8회초에는 무사 1루서 SK 이명기의 뜬공을 좌익수 최진행이 잡지 못해 2루타를 만들어준 것이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다. 이후 1사 만루서 이재원에게 2타점 적시타, 정의윤에게 내야안타, 박정권에게 만루홈런을 차례로 얻어맞고 무너졌다. 나쁜 흐름을 끊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마냥 마에스트리만 탓할 수도 없었다. 김 감독은 17일 경기 후 “마에스트리가 첫 등판이라 긴장한 것 같다”고 짧게 평가했다.

18일 대전 SK전이 우천 취소된 뒤 만난 김 감독은 마에스트리의 투구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잘 던지더라”며 “포크볼의 각도 좋다. 낮은 코스를 잘 공략하면 더 괜찮을 것이다. 다음에는 선발로 내보낼 것이다”고 밝혔다. 마에스트리가 다음 등판에서 김 감독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