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스포츠동아DB
메이저리그 전용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세인트루이스 오승환(34)이 이런 순수한 호기심에 답을 해줬다. 이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시절, 전용기를 타봤던 오승환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 전용기와 전세기는 다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이용하는 비행기는 전용기와 전세기로 나뉜다. 전용기는 구단이 비행기 1대를 사서 운영하는 것이다. 주로 부자구단들이 이렇게 한다. 자기 구단 소유라서 내부를 원하는 대로 개조할 수 있다. 반면 전세기는 기간을 정해놓고 구단이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빌리는 시스템이다.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는 전용기가 아니라 전세기로 선수 이동을 돕는다. WBC대표팀이 탔던 비행기도 전세기에 해당한다. 전세기는 내부 개조가 까다롭다. 다만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부터 새 전세기를 도입했다. 지난해까지 200석 이상인 좌석을 70석 정도로 줄인 비행기다. 그만큼 선수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져 쾌적해졌다.
● 메이저리거는 비행기를 어떻게 탈까?
원정지에서 경기가 끝나면 구단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 버스는 놀랍게도 비행장까지 그대로 들어간다. 짐은 구단 스태프들이 알아서 부쳐준다. 메이저리거 신분을 표시하는 ID카드 1장만 있으면 바로 비행기에 탄다. 보안 검색도 하지 않는다. 거의 국가 정상이나 외교관에 맞먹는 예우를 받는 셈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거들은 버스에 타자마자 술판을 벌일 때가 많다. 팀 분위기가 좋으면 버스부터 비행기까지 파티 분위기로 쭉 가는 것이다.
● 비행기 좌석 배치는?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탑승한다.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은 두 칸에 걸쳐 있는데 앞에는 구단 관계자와 지역지 담당기자들이 탄다. 미국이 워낙 넓기에 기자들의 비행기 이동이 불가피한데 구단에서 편의를 봐주는 것이다. 이코노미 뒷자리에는 25인 로스터에 들어간 선택받은 메이저리거들이 자리한다. 전세기의 경우 보통 여행을 갈 때 일반인이 타는 비행기와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인구밀도가 희박해 선수 1명이 1줄 3칸을 모두 차지한다. 마음만 먹으면 누워서도 갈 수 있다.
● 비행기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선수들은 끼리끼리 친분과 취향에 맞춰 자유롭게 쉬고, 즐긴다. 술을 마시는 음주파, 음악으로 소통하는 가무파, 카드를 치는 게임파, 조용히 따로 쉬는 힐링파로 나뉘어 진다. 대체적으로 인종에 따라 취미가 같아 잘 어울리는 편이다. 오승환은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편하게 쉬는 쪽을 선호한다. 가끔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와 맥주를 마시곤 한다. 메이저리그 비행기에도 스튜어디스가 있다. 선수들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백인, 히스패닉계 스튜어디스 등이 맞춤형 서비스를 해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