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iary] 서른살 청년, 175일간의 美 서부산맥 종단기

입력 2016-04-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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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00km|희종 지음|푸른향기 펴냄

그것은 ‘미친 짓’이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진 4300km의 미국 서부종단 산길 ‘퍼스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걷는다는 것은 ‘미치지’ 않고는 하기 힘들다. 그 모험을 마친 한국의 한 젊은이가 있다. 서른 살의 모험가 양희종 씨다.

그는 서른을 앞둔 시점에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4300km의 PCT로 떠난다. 영화 ‘와일드’의 배경이 된 그곳이다. 텐트와 침낭, 식량을 배낭에 짊어지고 9개의 산맥과 사막 그리고 황무지를 걸었다. 무려 175일이 걸렸다. 트레일을 걷는 동안 폭염과 폭설 폭풍우 등 자연과 맞섰다. 때론 모기떼와 싸우고, 들짐승과 맞대면하는가 하면 고산증으로 지독한 편두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고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트레일 도중 다양한 하이커들과 만나 서로 위로하고 도우며 인간의 냄새를 느꼈다.

이 책에는 저자가 175일간 PCT를 걸으며 길 위에서 느낀 사색과 성찰 그리고 하이커들과의 공감과 우정이 생생하게 실려 있다. 극한의 걷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저자의 도전정신은 꿈을 잃은 젊은 세대들에게 ‘다시 일어나. 넌 할 수 있어!’라는 죽비소리로 들린다. 사족. 그의 다음 도전은 미국 중부 로키산맥을 따라 5000km 이어진 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DT)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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