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데얀. 스포츠동아DB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축구의 ‘머니파워’는 중동이 주도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이다. 유럽과 남미의 스타들을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마구 끌어들인다. 정부까지 나서서 월드컵 우승을 궁극적 목표로 한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으니, 이제 중국은 국제축구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중국은 또 다른 부분으로도 존재감을 떨친다. 자욱한 미세먼지와 황사다.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톈진, 쓰자좡 등 주변지역에선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연중 시뿌연 스모그가 가득하고, 길거리는 마스크를 착용한 인파로 북적인다. 호흡기·심혈기관 환자도 급증했다. 신화통신과 CCTV 등 중국 관영언론들이 당국을 질타할 때가 있는데,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공해다. 이들 언론은 ‘시계 제로(0)’에 가까운 스모그가 발생하면 “축구와 등산 등 외부활동을 최대한 삼가라”는 당부를 자주 전한다.
2014년 10월 흥미로운 외신보도가 나왔다. 남미축구의 양대산맥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베이징에서 제3국 A매치를 치렀는데, 당시 브라질대표팀을 이끌던 둥가 감독은 “더러운 공기를 덜 마시게 하기 위해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교체할 생각”이라 말했고, 실제로 두 팀은 그렇게 했다. 앞서 2008베이징올림픽 때도 네덜란드 등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이 선수단 파견을 크게 우려했다.
당연히 미세먼지는 중국 슈퍼리그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 권역에 연고를 둔 클럽들의 고민이 특히 크다. 중국에서 활약한 유명 선수들의 이탈 시기가 비교적 빠른 것도 이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슈퍼리그 명문 베이징 궈안에서 뛰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FC서울로 복귀한 데얀은 극심한 공해로 가족이 자칫 건강을 잃을까 항상 걱정했고,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미드필더 하대성(FC도쿄) 역시 베이징 궈안 시절 공해로 인해 외출을 최대한 자제했다.
한국인 사령탑들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 지난해 갑(甲·2부)리그 옌볜 푸더를 이끌고 1년 만에 슈퍼리그로 승격시킨 박태하 감독은 “베이징 원정은 특별하다. 야간이나 낮이나 썩 다르지 않다”며 심각한 공해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옌볜의 연고지인 지린성 옌지는 항상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로 유명하다. 중국 관료들이 지린성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깜짝 놀라는 것도 깨끗한 환경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최고라고는 해도, 억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 건강이다. 건강까지 해치면서 축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뭔가 획기적인 시스템이 마련지지 않으면 유명 스타들이 중국행을 점차 꺼릴 수밖에 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