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의 굿모닝 MLB] ‘우상’ 로드리게스 닮아가는 매니 마차도

입력 2016-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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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의 매니 마차도(맨 오른쪽)는 어린 나이지만 팀의 리더도 떠오르고 있다. 마차도가 9일(한국시간) 오클랜드전에서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볼티모어의 매니 마차도(맨 오른쪽)는 어린 나이지만 팀의 리더도 떠오르고 있다. 마차도가 9일(한국시간) 오클랜드전에서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호타준족 193cm 장신 내야수
최근 포지션도 유격수로 변경
에이전트 교체 과정도 닮은꼴
올 시즌 타율 0.365·홈런 10개

미국에서 5월은 매우 특별한 달이다. 한국처럼 ‘가정의 달’이라고 따로 지칭하지는 않지만 두 번째 일요일인 ‘마더스 데이(Mother’s Day·어머니의 날)’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메이저리그도 매년 ‘마더스 데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선수들의 배트와 스파이크는 물론 심지어 구심이 착용하는 마스크까지도 이날만큼은 온통 핑크색으로 물들여진다.

특히 ‘마더스 데이’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한 선수들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팀 동료로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MVP(최우수선수) 후보로 거론되는 매니 마차도(24)가 대표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1992년 7월 6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그는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마차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대신 외삼촌이 아버지의 빈 자리를 대신했다. 도미니카계 미국인인 마차도의 우상은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였다. 193cm의 장신 내야수라는 점 말고도 두 선수는 공통점이 많다. 역시 도미니카 계통인 로드리게스의 고향은 뉴욕이지만 어린 시절은 마이애미에서 보냈다. 199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불과 17세의 나이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된 로드리게스를 보며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키운 마차도는 17년 후인 2010년에 전체 3번으로 볼티모어에 입단했다. 당시 그의 나이 18세였다.

쿠바 출신 이민자들이 많은 마이애미에서 자란 마차도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어머니와 삼촌의 헌신적인 지원 속에 ‘제2의 로드리게스’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렸다. 청소년 시절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같이 야구를 한 욘더 알론소(오클랜드 애슬레틱스)였다. 여섯 살이 많은 동네 형 알론소는 마차도를 매우 아꼈다. 알론소는 야구 훈련 외에도 자신보다 세살 어린 여동생 야이니까지 함께 데리고 다니면서 셋은 우의를 돈독히 했다. 마차도는 어느 날 늘 누나라고만 생각했던 야이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알론소에게 허락을 받고 정식으로 교제하기 시작했다.

2008년 전체 7번으로 알론소가 빅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자 막연하게만 보였던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 대선배 로드리게스처럼 최고의 유격수가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마차도는 고통스런 순간이 올 때마다 어머니와 사랑하는 연인을 생각하며 이겨냈다. 스콧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고용한 덕분에 540만 달러의 엄청난 사이닝 보너스(계약금)를 받은 마차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어머니의 이름으로 집을 구입한 것이다.

이제는 리그 최고의 스타로 성장했지만 마차도의 빅리그 생활은 사실 순탄하지 않았다. 부상이 문제였다. 2013년에는 왼쪽 무릎을 다쳤고, 이듬해에는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두 번 모두 수술대에 올라야만 했다. 피앙세 야이니의 보살핌 덕에 두 번 모두 순조롭게 재활에 성공한 파차도는 2014년 12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동네 형 알론소와 처남 매형 사이가 된 것이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전 경기에 출전한 마차도는 타율(0.286), 홈런(35), 타점(86), 득점(102)에서 생애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뛰어난 수비를 앞세워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골드글러브까지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1월 마차도는 자신의 팔에 새긴 새로운 문신을 공개했다. 팔 전체를 가득 채운 문신의 내용은 아내 야이니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아내에 대한 뜨거운 사랑만큼 올 시즌에도 마차도의 방망이는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11일(한국시간) 현재 31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65, 홈런 10개, 2루타 15개, 타점 23개로 펄펄 날고 있는데, 주전 유격수 JJ 하디가 다치자 최근에는 3루수가 아닌 ‘유격수 마차도’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아마추어부터 마이너리그 시절까지 유격수로만 뛰었기 때문에 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는 것이다. 현재 마차도의 연속경기출장은 193경기로 늘어났다. 볼티모어의 레전드 칼 립켄 주니어의 기록(2632경기)에는 2439경기나 부족하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볼티모어 홈 팬들의 마차도에 대한 사랑만큼은 전혀 모자람이 없다.

이제 23세에 볼티모어의 리더로 확고히 자리 잡은 마차도의 올 시즌 연봉은 500만 달러다. 2017년에는 연봉 조정 자격을 얻게 되며, 2019년에는 FA(프리에이전트)가 된다. LA에인절스의 중견수 마이크 트라웃이 6년간 1억445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마차도도 조만간 장기 계약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볼티모어는 올 시즌 개막에 앞서 크리스 데이비스와 7년 1억610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만약 마차도가 데이비스 수준에 계약을 맺는다 해도 최고 전성기라 할 수 있는 30대 초반에 다시 한 번 FA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한편 마차도는 메이저리그 계약 직후 보라스와 관계를 청산하고 현재는 MVP스포츠그룹의 댄 로사노와 손을 잡고 있다. 그의 우상 로드리게스가 보라스와 결별한 후 선임한 에이전트가 바로 로사노다.

손건영 MBC스포츠플러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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