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세퓨’, 덴마크 친환경 원료 아닌 ‘독성 화학물질’ 사용… 檢 부실 수사 의혹

입력 2016-05-12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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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세퓨’, 덴마크 친환경 원료 아닌 ‘독성 화학물질’ 사용… 檢 부실 수사 의혹

가습기살균제 ‘세퓨’가 덴마크산 친환경 원료를 사용했다는 광고 내용과 달리 옥시가 써서 문제가 된 중국산 원료로 제품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인터넷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온 세퓨는 ‘유럽에서 온 프리미엄 살균솔류션 세퓨’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고, 유럽 환경국가에서 널리 쓰이는 살균성분 PGH를 기반으로 한 무알콜 무독성 프리미엄 살균솔루션’이라고 광고해왔다.

30-40대 주부들 사이에선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알려졌었으나, 독성이 옥시보다 4배나 강한 원료를 사용해 1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에 원료를 공급한 덴마크의 케톡스社에 항의 방문했던 피해자 유족과 환경단체 대표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지 조사기록과 담 가드(Dam Gaard) 전 대표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덴마크 케톡스는 3년 동안 사망자 14명과 상해자 27명을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세퓨’에 원료를 공급한 곳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현지 조사에서 케톡스 측은 자신들이 “세퓨는 물론이고 한국과 거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케톡스는 “2007년 한국에 유해물질 PGH 약 40리터를 샘플로 보낸 것 외에 공식적인 거래는 없었다”며 “이마저도 농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요청받은 것이며 두 차례에 걸쳐 소량 샘플(40L가량)만 물질안전정보자료와 함께 보냈다”고 밝혔다.

케톡스는 또 “세퓨 실제 원료는 PGH가 아니라 중국에서 수입한 PHMG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톡스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다.

이에 유가족 측은 “만약 이 자료에 호흡 독성에 관련된 내용이 있다면 한국 기업이 문제를 인지하고도 제품을 만들어 판 것”이라며 살인죄 처벌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검찰에 중국의 제조·판매업자에 대한 수사도 촉구했다.

담 가드 전 대표는 8일 덴마크 현지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측과 만난 자리에서 “세퓨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를 수출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농업용으로 쓰겠다는 말을 듣고 물질안전정보(MSDS)를 첨부해 소량 샘플(40L가량)만 두 차례에 걸쳐 보냈다고도 말했다는 게 시민센터 측의 전언이다.

한편 현재 세퓨 제조사인 버터플라이이팩트를 수사중인 검찰은 이들이 2009년 처음 가습기살균제를 만들 때는 정부에 신고한 대로 PGH를 썼으나 이후 PHMG를 섞어서 썼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PHMG와 PGH 모두 폐섬유화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다.

동아닷컴 양주연 인턴기자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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