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우승 드라마…암 이겨낸 아버지의 힘!

입력 2016-05-2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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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사진제공|KPGA

불편한 몸 이끌고 대회 내내 골프장 찾아
“힘드셨지만 한번도 내색하지 않으셨다”


“부모님도 나만큼 힘들어하셨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언제나 응원해주셨다. 나에겐 늘 큰 힘이 됐다.”

이상희(24)의 부친 이홍식(65)씨는 여느 골프대디와 다르다.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다른 부모들과 달리 “알아서 잘 할 것”이라며 아들을 믿었다. 그런 아버지는 이상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어야 했다. 건강하던 부친 이씨는 소세포 폐암에 걸렸다. 항암치료에 방사선 치료까지 받은 이씨의 건강은 급격하게 쇠약해졌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을 만큼 심각했다. 그럼에도 부친 이씨는 자신보다 늘 아들 걱정을 했다. 마흔을 넘겨 낳은 막둥이였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상희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대회 전날에는 열이 38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도핑테스트 걱정에 약도 먹지 못했다. 가족들은 근심이 컸다.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부친 이씨는 아들 걱정에 나흘 내내 골프장을 찾았다. 걷는 게 불편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경기를 봤다. 우승하는 순간에도 18번홀 그린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의 병은 아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골프백을 메고 함께 필드를 누빌 정도로 건강했던 아버지가 한 순간 건강을 잃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이상희는 아픈 아버지를 위해 더 열심히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다. 2014년부터 조금씩 불운이 찾아오더니 2015년엔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2012년 KPGA선수권 우승을 마지막으로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러나 부친 이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들에게 용기를 줬다. 부친 이씨는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너무 급하게 서둘지 마라”고 아들을 다독였다.

이상희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 더 이를 악물었다. 빨리 정상을 되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말씀처럼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3년 8개월 만에 빨간색 우승재킷을 입고 돌아왔다.

이상희는 “아버지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나를 위해 희생하신 부모님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할 것이다”며 아버지와 가족들을 먼저 챙겼다. 부친 이씨는 “우승한 막내아들이 장하다”며 기뻐했다.

영종도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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