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기우 /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악인 신영진이지만 이기우는 “‘나라도 이 친구를 아낀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며 “악역을 처음 연기해 봐서 초반에는 마냥 재미있었고 신기했다. 하지만 중후반부에 가서는 신영진에게 연민을 느꼈다”고 악역을 소화한 소감을 밝혔다.
“‘기억’의 시놉시스를 받았고 감독님과 미팅을 했어요. 당시 제 머리 길이는 ‘진짜 사나이’ 방송 때 잘랐던 해병대 스타일이었거든요. 재벌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너무 짧은 길이라 걱정했었는데 감독님이 저를 좋게 봐주셨고 이런 저런 대화 끝에 ‘기억’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이후 머리카락을 빨리 자라게 하는 샴푸까지 사용하면서 캐릭터의 모양새를 만들었어요.”
배우 이기우 /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기우의 말처럼 그에게는 변신이 필요했고, 사람들은 이기우를 쾌활한 남자가 아닌 차분한 남자로 느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적인 느낌과 달리 실제 이기우는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즐기고, 한겨울 강원도 산 속에서 캠핑하는 걸 좋아하는 활동적인 야생(?)남이었다.
“중학생 때까지 테니스 선수를 했는데 키가 안 자라서 그만뒀어요. 고등학생 때 부쩍 컸고, 지금은 키가 190cm에요. 예전에는 일부러 키를 줄여서 말하기도 했죠. 운동을 꾸준히 좋아했어요. 솔직히 공부하는 것보다 운동을 더 좋아했죠. (웃음) 저는 운동을 건강하려고 해요. 어렸을 때 제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저희 집안은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거든요.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려고 운동을 하는 유형이랄까요?”
이에 기자가 “그렇게 건강을 챙기시는 분이 왜 이태원에는 자주 출몰하세요”라고 묻자 이기우는 “이제는 절대 안 간다. 예~전 이야기다. 지금은 공기 좋은 산이 더 좋다”고 굉장히 당황해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저는 사람들과 노는 거 자체를 좋아해요. 2010년까지만 해도 이태원에서 많이 놀았죠. 근데 한 6년 됐나봐요. 서른 살이 되고부터는 시끄러운 곳 보다는 캠핑을 가죠. 지금도 술은 마시지만 예전 주량의 50분의 1 수준으로 마셔요. 변화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제가 초·중·고 모두 이태원에서 나왔거든요.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이 지겨워졌을 뿐이에요. 그때부터 캠핑가고, 서핑하고, 맛집 탐방을 하기 시작했어요. 캠핑 가서 술을 마시는 건 클럽에서 술을 마시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웃음)”
배우 이기우 /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기우는 과거 캠핑 사업을 했을 정도로 캠핑을 사랑한다. 그는 “캠핑의 진수는 영하 20도에 눈이 허벅지까지 쌓인 산에서 캠핑하는 것”이라고 경험을 회상하며 여행 버라이어티의 최강자 나영석PD의 예능프로그램을 언급했다.
“캠핑의 꽃은 스노우 캠핑이에요. 깊고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산에 들어갈 때는 산짐승, 천연기념물도 볼 수 있다니까요. 강원도 산골짜기에 들어가면 외국 부럽지 않은 경관을 가진 장소도 많죠. 조용히 들어가서 흔적도 없이 나오는 게 정말 좋아요. 기회만 된다면 독도 같은 곳에서도 캠핑을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프렌즈 인 마카오’라는 여행 리얼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해봤지만 저와 여행 관련된 모든 건 잘 맞는 거 같아요. 이번에 나영석 PD가 새로 론칭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 프로그램 ‘80일간의 세계일주’ 있잖아요. 지원하고 싶었지만 일반인이 아니라고 탈락시키실 것 같아서 지원을 포기했죠. 그런 종류의 예능을 정말 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나영석PD의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행 포맷의 프로그램이요. ‘정글의 법칙’은... 솔직히 제가 벌레를 정말 안 좋아해요. 오죽하면 캠핑도 겨울에 다니겠어요. (웃음)”
그는 “내가 가진 새로운 모습을 알릴 수만 있다면 예능과 연기를 병행하고 싶다. 예능에 출연하면서 얻은 경험들까지 연기에 녹아났으면 좋겠다”고 새로운 미래를 그렸다.
“연기자가 된 걸 후회한 적 없어요. 제가 매력적이고 잘하는 배우가 아닌데도 10년 동안 꾸준히 이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해요. 요즘 들어서는 그렇게 10년을 했으니 이제 조금 더 분발해서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자문합니다. ‘기억’에 출연하면서는 주·조연, 단역을 떠나 어떤 배역이든 다 마음을 열게 됐어요. 역할의 비중보다는 특정 장면을 살려내 드라마에 소금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거든요. 특히 신영진을 연기하면서 악역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느낌을 차기작에서 빨리 펼쳐내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차기작에서도 악역을 하는 것에 긍정적입니다. 신영진보다 더 발전된 악역을 연기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