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끝판왕 삼국지’의 위대한 첫 발걸음

입력 2016-07-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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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한국선수 사상 첫 韓·美·日 세이브

보직 변경 3경기만에 밀워키 상대 첫 S
오승환 “한국선수로 첫 기록,기분 좋다”
매서니 감독 “오승환 진짜라는 것 확인”


‘파이널 보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마무리로 세이브를 수확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한·미·일 3국에서 세이브를 올린 투수가 됐다.

오승환은 3일(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와 홈경기에서 3-0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 투수로 보직이 바뀐 뒤 3경기 만에 온 첫 세이브 기회였다. 세인트루이스에도 트레버 로즌솔이 블론세이브를 범한 지난달 25일 이후 처음 맞이한 세이브 상황이었다.

이미 마무리 교체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오승환은 KBO리그에 데뷔했던 2005년처럼 셋업맨에서 마무리로 ‘조기 승진’했다. 새파란 신인이던 그때처럼, 이번엔 빅리그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현지 중계진은 “로즌솔 이탈 이후 처음 맞는 마무리 상황인데 조금 떨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그가 한국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이자, 일본에서 통산 80세이브 이상을 올렸던 마무리투수였는지 볼 수 있겠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승환은 선두타자 조너선 루크로이를 4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은 뒤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 빅리그 진출 이후 확실하게 통하던 패턴 그대로였다. 크리스 카터에게 재차 슬라이더를 던져 초구에 2루수 앞 땅볼을 유도한 오승환은 커크 뉴엔하이스와 8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메이저리그 진출 후 신무기로 떠오른 체인지업을 통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빗속에서 승리를 지킨 오승환은 주먹을 불끈 쥔 뒤,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 하이파이브하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한국에서 KBO리그 역대 최다인 277세이브를 올리고, 일본에서 2년 동안 80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은 이제 미국 무대 세이브 행진을 시작했다. 그동안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한국 투수는 오승환을 제외하고 5명 있었다. 이중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한 박찬호(은퇴)와 김병현(KIA)은 메이저리그 이후 일본과 한국에서 세이브가 없었고, 한국에서 출발한 이상훈·구대성(이상 은퇴), 임창용(KIA)은 한국과 일본에서 세이브를 올렸으나 미국 무대에선 마무리로 세이브를 올리지는 못했다. 3국에서 모두 세이브를 올린 최초의 투수는 일본의 다카쓰 신고다. 일본과 미국에서 세이브를 기록했던 다카쓰는 2008년 넥센 소속으로 뛰며 8세이브를 올렸고, 이후 대만프로야구까지 진출해 4개국 세이브 경험이라는 진기록을 썼다.

경기 후 오승환은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로 한·미·일 모두 세이브를 기록해 기분 좋다. 이전에 7,8회에 나갔을 때도 시점보다는 타자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9회라고 크게 다른 건 없다”면서도 “마지막 공을 던져 경기를 끝내고, 포수와 하이파이브할 수 있는 건 좋다”고 말했다. 마이크 매서니 감독도 “아마도 남은 시즌 모든 이들이 오승환이 진짜라는 걸 명백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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