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지호 “피아노는 외로운 싸움, 그래서 더 즐긴다”

입력 2016-07-0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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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아티스트 신지호. 사진제공|SG엔터테인먼트

‘멀티 아티스트’ 신지호가 오랜만에 본업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작곡·편곡가, 음악감독, 연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그는 최근 세 번째 정규앨범 ‘너의 색으로 물들다’를 발표했다. 정규앨범으로는 2년 만이다.

‘물든다’는 말은 다른 누군가의 사상,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타이틀곡 ‘너의 색으로 물들다’도 “누군가를 처음 만나서 그 사람을 알아가고, 닮아가고,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때 ‘그 사람으로 물든다’는 내용”이다.

타이틀곡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앨범 전체는 ‘동화’를 콘셉트로 했다. ‘헨젤과 그레텔’ ‘푸른 수염’ ‘빨간 구두’ 등 명작동화를 현재의 감성으로 해석, 같은 제목을 달아 앨범에 담았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이 있다. 그걸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래서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고자 했다.”

피아노 음악은 가사가 없어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신지호는 자신의 음악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동시에 참맛을 느낄 수 있도록, 앨범 부클릿 속에 해설을 담았다.

“미술관의 도슨트(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처럼,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하면 관객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듣게 되고, 작가의 의도대로 상상하며 듣기에 곡에 대한 상상력도 커진다. 이번 앨범도 스토리가 있는 앨범을 위해 재킷 속의 글을 직접 썼다. 글을 읽으며 음악을 들으면 곡의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대중문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재능을 뽐내온 신지호는 피아노 음악에 노랫말도 담아보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나아가 대중음악과 컬래버레이션도 구상하고 있다.

“이제는 대중음악의 작사, 작곡도 해보려고 한다. 대중음악과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해볼 생각이다. JTBC ‘슈가맨’에 편곡자로 두 차례 참여한 것도 그 일환이다. 음악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다.”

‘사랑비’ ‘밀회’ 등 몇 편의 드라마와 뮤지컬에서 연기력도 뽐냈던 터라 현재 연기 분야의 러브콜도 꾸준히 받고 있지만 그는 “천상 피아니스트”다.

“피아노가 때론 싫을 때가 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도 난 피아노를 친다.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좋아하는 가요를 연주한다. 작가가 끄적이듯 집에서도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그럴 때 ‘난 천상 피아니스트’라는 걸 느낀다.”

4살 때 TV속 음악을 피아노로 따라 치기 시작하면서 피아노에 빠지게 된 신지호는 미국 중·고등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여러 대회에 출전해 미국 대통령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이후 클래식 명문 인디애나 주립대와 버클리 음대를 거쳐 지금까지 한순간도 피아노와 음악을 손과 마음에서 멀리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O형 남자”인 신지호는 활달한 성격에 흥도 많고, 끼도 많지만 피아노는 “외로운 싸움”이다. 외롭게 피아노와 싸우다보면, 지치고 의욕도 잃게 된다. 그의 활발한 대외 활동은 그 ‘외로운 싸움’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밴드 멤버가 아닌 이상 피아니스트는 혼자 연습을 해야 한다. 혼자 하다보면 자신과의 싸움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외롭다. 그 상황이 오래되면 지겹고 힘들다. 그래서 많은 활동을 하게 된다.”

신지호는 다방면에서 활동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도 얻고, 그로 인해 높아진 인지도도 결국 자신의 음악을 더 많이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

“대중과 소통하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올해 목표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길거리에서 게릴라 콘서트도 했다. ‘피아노 콘서트’라 하면 사람들은 ‘졸리는 공연’이라며 어렵게 생각한다. 그런 편견을 깨고, 이렇게 재미있게 즐기는 피아노콘서트가 있고, 힙합공연처럼 피아노콘서트도 얼마든지 스탠딩 콘서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실제로 그는 피아노로 힙합, 트로트, 일렉트로닉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고, SBS ‘스타킹’ 등 여러 방송에서 아이유, 소녀시대, 씨엔블루, 슈퍼주니어 헨리 등 많은 가수들과 협업 무대를 꾸몄다. 비보이, 현대무용가 등 서로 상반된 분야의 춤꾼들과도 협업했다.

“어릴 적 피아노콘서트에서 졸고 있는 관객을 본 적 있다. 그걸 보면서 ‘나는 한 명도 졸지 않는 공연을 하겠다’고 맹세했다. 피아노로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신나는 공연을 만들 수 있다.”

영화 ‘나쁜 피’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신지호는 현재 “뮤지컬 곡도 쓰고 있고, 시놉시스도 쓰고 있다”면서 “한살이라도 더 어릴 때 다 도전해보고 싶다. 나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분들도 있지만, 죽기 전에 다 해보고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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