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어야 할 롯데 이우민의 ‘더 캐치’

입력 2016-07-1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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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우민.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은 사실 반어적인 제목이다. 요행이 연속된 날의 끝머리에 최악의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 외야수 이우민(34)에게 13일 포항구장은 ‘운수 좋은 날’의 무대 같았다. 2번 중견수로 나와 1회 첫 타석 2루타에 이어 5회에는 시즌 1호 홈런까지 터뜨렸다. 7회 또 2타점 2루타까지 3안타 3타점 3득점으로 날아다녔다. 이우민의 활약 덕분에 롯데는 5회까지 6-12로 밀리던 흐름을 7회초 11-12까지 따라붙었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7회 이우민의 2루타가 터지는 순간, ‘이 경기 끝까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7회말 삼성 4번타자 최형우의 타구 수비 때, 이우민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원체 잘 맞은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넘어갈만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흐름 상, 이 타구가 홈런이나 장타가 되어서 추가실점을 했다면 롯데가 다시 힘을 내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우민은 오른발로 펜스를 딛고, 점프 캐치를 해서 이 타구를 건져 올렸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이우민다운 아름다운 수비를 보여줬다.

그러나 오른발을 담장에 내딛는 과정에서 중심을 잡기 힘들었다. 이우민은 왼발만으로 땅에서 무게중심을 잡으려 했으나 쓰러지고 말았다. 고통을 호소하던 이우민은 부축 없이 걸어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절뚝거리는 걸음만 봐도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롯데는 바로 이우민을 인근 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받게 했다. 일단 뼈와 인대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통증은 남았다. 조 감독은 14일 “이우민을 당장 쓰기는 어렵다.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보인다. 부산에 내려가 정밀검사를 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우민의 ‘슈퍼 캐치’ 덕분에 고비를 넘긴 롯데는 9회 13-12 대역전극을 일궈내고 포항구장 7연패 끝에 첫 승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이날의 히어로 이우민은 병원에 가느라 인터뷰 기회마저 얻을 수 없었다. 모처럼 주인공이 될 자격을 가졌음에도 누리지 못한 것이다.

롯데는 15일 대체 외국인선수 저스틴 맥스웰(33)이 입국한다. 맥스웰이 후반기 바로 롯데의 외야 한 자리를 맡으면 이우민은 다시 벤치로 돌아가야 될 운명이다. 비록 조명은 못 받았지만 이우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줬다. 드러나지 않아도 알 사람들은 다 안다.

포항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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