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피에르 가니에르는 18세 때 아버지의 레스토랑에서 요리 세계에 뛰어들었다. 1981년 생테티엔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개업, 1993 년 미슐랭 3스타를 획득했다. 하지만 진보적인 요리스타일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해 경영난으로 1996년 문을 닫았다. 이후 파리로 옮겨 1997년 호텔 발자크에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1년 후 또 한번 미슐랭 3스타를 받으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분자요리(음식 질감과 조리를 과학적으로 변형하거나 전혀 다른 형태로 창조하는 것)를 유행시킨 주인공이란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2001년부터 프랑스 대학의 분자미식학 교수 에베 디스와 몇 년간 식재료의 질감과 음식간의 궁합에 대해 공동 연구를 했다.
정작 본인은 “분자요리는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수많은 조리수단 중 하나일 뿐 내 요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그런 평판을 불편해 한다.
피에르 가니에르의 메뉴는 단품메뉴(A la Carte), 코스메뉴, 디저트메뉴로 나뉜다. 코스는 10∼15개로 길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접시를 하나의 세계로 보고 그 속의 색과 선의 조화를 중시하는 요리철학을 위해 모든 접시는 화이트를 사용한다. 코스 진행과 요리 구성도 혁신적이다.
식전 샴페인에 이어 소량의 음식으로 구성된 아뮤즈 부쉬(Amuse Buche-입안을 즐겁게 하는 요리), 메인 메뉴를 제공하는데, 단품 메뉴 하나도 4∼6개의 접시에 각각 다른 요리들을 담아 내놓는다. 기존의 전채∼샐러드∼수프∼주요리∼디저트로 이어지는 정형화된 형식을 탈피, 코스 중간에 수프 또는 디저트를 제공하는가 하면, 5∼6가지의 디저트가 나오기도 한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