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주말] 태양의 천사 外

입력 2016-09-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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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천사 (김광휘 저 ㅣ 나남)

작가는 “우리는 아직 인간 이광수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친일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질문을 다시 던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인물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봄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는 시도. 그것이 문학이 해야 할 숙제라는 얘기이다. ‘태양의 천사’는 연애소설이다. 이광수와 신여성 허영숙 사이의 사랑이 주된 이야기다. 허영숙은 조선 최초의 여성 개업의로 ‘영혜의원’을 운영하고, 동아일보의 학예부장을 역임했다. 무엇보다 그는 당대 최고의 문사 춘원과 뜨거운 사랑을 나눈 신여성이었다. 저자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와 함께 개화기 조선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그렸다.



● 휴식을 위한 지식 (허진모 저 ㅣ 이상)

미술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며 감상하기 위해서는 화가의 삶을 알아야 한다. 작품은 곧 예술가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미술사에 대한 이해는 그림을 남긴 화가들을 통해 퍼즐처럼 맞춰나갈 수 있다. 저자는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미술 사조들을 각각 하나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 안에 위대했던 화가들을 한 사람씩 집어넣으면서 미술사를 이해해보자”고 제안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43명의 화가들의 숨결,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술사를 꿰뚫게 된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생기고, 무엇보다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 고산자 김정호 (우일문 저 ㅣ 인문서원)

한 권의 책과 한 가지 의문에서 시작된 역사소설. 김정호는 정말 옥사했을까. 저자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조선어독본’ 내용에 깊은 의문을 품었다. ‘고산자 김정호’는 역사 속으로 흔적없이 사라져버린 한 남자의 삶과 그의 업적을 소설적으로 복원하며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조선후기의 사회상을 굵고 담백한 필치로 그린 작품이다. 불과 150여 년 전을 살았던 한 남자의 흔적을 따라간 ‘고산자 김정호’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오롯이 허구”다. 하지만 작가가 따뜻하고 해학적인 시선으로 직조한 대가의 우직한 삶과 조선후기 민초들의 정겹고 살가운 풍경은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던질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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