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옥스프링 코치(왼쪽). 스포츠동아DB
당시 롯데 구단은 “프런트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이례적으로 같은 내용의 보도 자료를 두 차례 내는 등, 강력한 의사를 표시했다. 그래도 의문의 시선은 좀처럼 거두어지지 않았는데, 조원우 감독은 최근 “내가 원해서 내린 교체”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그 배경은 한마디로 읍참마속, 고육지계였다. “당시 어떻게 해서라도 돌파구가 필요했다”고 조 감독은 심경을 떠올렸다. 외국인이라 의사소통이 불편할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필요한 건 두 외국인투수 린드블럼과 레일리의 구위 회복이었다. 두 투수 없이 롯데의 반등은 없다는 것이 조 감독의 냉정한 현실인식이었다.
옥스프링 코치의 전격 1군 발탁은 사실상 외국인투수 2명만을 위한 목적이었다. 위험부담이 작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그러나 한달이 흐른 현 시점에서 이 선택은 비교적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기 방어율이 6.25(5승8패)에 달했던 린드블럼은 반전을 이뤘다. 후반기 방어율 3.80(5승3패)이었고, 2년 연속 10승에 도달했다. 명맥이 끊어질 뻔했던 롯데 10승투수 계보를 이었다. 레일리는 전반기(6승5패 방어율 3.50)에 비해 후반기(1승3패 방어율 6.22) 성적이 좋지 못하지만 롯데 최다이닝(166.1이닝) 투수다. 린드블럼이 165.2이닝이고, 그 다음이 토종투수인 박세웅의 124이닝이다. 롯데에서 100이닝 투수는 이들 셋 이외에 없다.
외국인투수를 위한 옥스프링 코치의 1군 승격은 롯데 투수진의 현주소다. 롯데가 진짜 5강을 가고 싶으면 무엇을 채워야하는 것이지 여실히 노출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