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형종의 꿈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위해”

입력 2016-09-2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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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이 올 시즌 소박한 목표를 이뤘다. 1군에 최대한 오래 있기,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다. 그리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동료들과 함께 서는 것을 목표로 더 힘을 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LG 이형종이 올 시즌 소박한 목표를 이뤘다. 1군에 최대한 오래 있기,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다. 그리고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동료들과 함께 서는 것을 목표로 더 힘을 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LG 이형종(27)은 올 시즌 2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는 ‘1, 2군을 오가되, 오가는 횟수를 늘리자’였고, 두 번째는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였다. 그의 소박한 목표는 이미 이뤄졌다. 주어지는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올 시즌 54경기를 뛰었다. 타율 0.283, 1홈런, 11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내면서 팀의 외야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11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결승타를 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뭐라도 좋으니 작게나마 팀이 이기는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결승타를 친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이제 그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LG가 2014년 이후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시권에 뒀기 때문이다. 이형종도 생애 첫 가을무대를 밟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투수 시절 이형종. 사진제공|LG 트윈스

투수 시절 이형종. 사진제공|LG 트윈스



● ‘투수→타자’ 천재성+노력 결합된 걸출한 외야수

이형종은 원래 투수였다. 2007년 서울고 시절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 광주일고와 결승전에서 9회 끝내기안타를 맞고 눈물을 흘려 유명세를 탔다. 2008년에는 계약금 4억3000만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프로에 오자마자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수술대에 올랐다. 혹사를 피할 수 없는 고교에이스의 운명이었다. 긴 재활은 그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결국 팀을 이탈했고, 야구가 아닌 골프로 종목을 바꾸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야구는 운명이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LG로 돌아온 이형종은 글러브 대신 방망이를 잡았다. 올해는 타자로서 처음으로 1군 무대에서 뛰고 있다. 어릴 때부터 주목받았던 천재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빼어난 야구감각 덕분에 타자로 전향한 지 2년 만에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다. 단순히 재능뿐만이 아니다. 구단 관계자는 “(이)형종이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매일같이 호텔 앞에 나와 가장 늦게까지 스윙을 했던 선수”라며 “굉장한 노력파다. 야구를 잘 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LG 이형종. 스포츠동아DB

LG 이형종. 스포츠동아DB



● 박용택-정성훈의 관심 받으며 착실히 성장 중

이형종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한 번 야구계를 떠나봤기에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 잘 알고 있다. 또 이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형종은 요즘 선배들의 남다른 관심 속에서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요즘 그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 중에 하나도 선배들의 ‘인정’이다. 그는 “박용택(37) 선배나 정성훈 선배가 하시는 걸 보면 난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박용택 선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 좋은 말을 해주셨다. 그동안 정성훈 선배는 좀 무서웠는데 요즘에는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그게 기쁘다”고 말했다.

이형종에게 남은 목표는 이제 하나다.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시즌 동안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팀이 가을야구를 했던 2013~2014년에 1군 엔트리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꼭 한 번 나가보고 싶다. 혹 경기에 뛰지 않아도 그 순간 동료들과 함께라면 기쁠 것 같다. 만약 가을야구에 작게나마 팀에 도움이 된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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