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취임 10개월을 맞아 ‘글로벌 시장 공략’ 등 회사의 새로운 목표와 그에 따른 전략을 내놨다. 논란의 ‘다단계 영업’ 방식에 대해선 잘못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권 부회장. 사진제공|LG유플러스
“1등을 해보고 싶다.” 권영수(59)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권 부회장이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지 10개월이 돼 자청한 자리. 그동안 조직을 둘러본 소회와 함께 사물인터넷(IoT) 1등과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의 비전을 내놓았다. 권 부회장은 “처음엔 통신을 잘 몰랐고 3등 기업이라 걱정도 많았지만, 조직원들의 열정을 보며 상당 부분 해소했다”며 “홈IoT에서 1등을 굳히고, 기업간거래(B2B) 등에서도 하나하나 1등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일본의 통신사와 협력관계를 탄탄히 하는 등의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씩 1등 목표…3등 기업 지울 것
美·中·日 통신사와 파트너십 구축
다단계 논란 알지만 사업 철수 신중
논란의 ‘다단계 영업’방식에 대해선 잘못한 부분은 개선하되, 일단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에 비해 비중이 큰 다단계 영업으로 논란을 낳았고, 지난해 정부의 제재도 받았다. 최근 시민단체 등이 LG유플러스가 다단계 영업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26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이에 대해 문제점 개선을 약속하면서도 “논란만으로 떠밀리듯 사업을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초 경쟁사가 케이블방송사업자 인수합병을 추진하다 불발됐다. LG유플러스는 계획이 없는지.
“통합방송법이 제정 중에 있다. 국회에서 심의를 하고 있는데 만약 IPTV사업자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인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SK텔레콤은 절차가 잘못됐던 것 같다. LG유플러스는 절차를 확실히 밟으려고 한다. 실무적으로 논의는 있겠지만 아직 보고받은 것은 없다.”
- 지난 1월 취임 시 통신시장에 대해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을 했다. 지금은 어떻게 보는지.
“당시 잘 몰랐다. 땅을 짚어보려니 땅이 없더라. 시장이 굉장히 복잡했다. 어렵지만 중요한 사업이다. 1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IMF 때 박세리 선수가 물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신발을 벗고 양말 벗으니까 1등을 했다. 그리고 ‘박세리가 하는데 나는 왜 못해’라는 인식이 생겼고 좋은 결과가 이어졌다. 자신감을 어떻게 불러일으킬 것이냐에 대해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어려움은 있지만 조직 구성원의 자세를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IoT를 강조하고 있다. 어떤 전략인지.
“홈IoT 분야는 우리가 확실한 1등을 달리고 있다. 현재 43만 가구가 가입했다. 경쟁사는 7∼8만 가구다. 1등을 굳히는 전략을 짜겠다. IoT는 디바이스가 중요한데 LG전자가 좋은 디바이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잘 협업하면 확실한 1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력 보강을 위해 인력도 연초 대비 2배가량 늘렸다.”
- 통신사의 해외 진출이 생소한데 구체적 계획은.
“네트워크와 콜센터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 역량을 갖춘다면 여러 회사들이 찾아와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먼저 내부 역량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과 일본, 미국 등 통신 사업자들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다. 와서 보니 경쟁사가 아니더라. 긴밀한 파트너십을 가지면 여러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벤처 투자다. 이미 몇 군데 투자했고 앞으로 더 많이 투자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대폭 보강했다. 그룹에서 내로라하는 인력으로 보강했다. 중국과 일본 전문가, 그리고 인수합병(M&A)에 능통한 분들을 모셔왔다. 중국에는 사무소를 개설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현지에서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 국감 이슈 중 하나로 휴대전화 다단계가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다단계 자체는 글로벌 마케팅 수단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못 시행되고, 잘못 인식된 부분이 있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들여다보니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점들도 없지 않더라. 그래서 연령제한을 뒀다. 수익 구조 또한 상위 5∼10%만 가져간다는 올바른 지적도 있다. 개선하겠다. 할지 말지 여부는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 다만 논란에 밀려서 결정하지는 않겠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