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수 농사와 팀 성적의 상관관계 전격 분석

입력 2016-09-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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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니퍼트-보우덴- NC 해커-스튜어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한 현직 감독은 “외국인투수가 팀 전력에 차지하는 비중은 30% 이상”이라고 단언했다. 극심한 타고투저 시대가 도래하면서 외국인 에이스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실제로 올 시즌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에 큰 역할을 한 것도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의 선발 원투펀치다. 변수가 아닌 상수로 계산하고 재계약한 외국인투수가 부진하면 팀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외국인선수 보유한도가 2명이던 2013시즌까지 대부분의 구단이 2개의 슬롯을 모두 투수로 채운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KIA 헥터-지크-롯데 린드블럼-레일리(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 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A클래스 3개팀, 교체조차 없었다

외국인투수 농사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현상은 올 시즌에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투수 교체 없이 시즌을 치른 4개팀 중 롯데를 제외한 3개팀(두산·NC·KIA)이 ‘A클래스(1~5위)’에 자리 잡고 있다. 니퍼트(21승)와 보우덴(18승)이 무려 39승(10패), 방어율 3.44를 합작한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보우덴은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18승째(7패)를 따내며 두산의 KBO리그 단일시즌 최다 선발승(75승) 기록을 만든 주인공이 됐다.

에릭 해커가 12승, 재크 스튜어트가 11승을 따낸 NC도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둘이 합작한 방어율은 2015시즌 2.98에서 4.10으로 나빠졌지만, 여전히 선발진의 원투펀치로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KIA도 헥터 노에시(14승)와 지크 스프루일(10승)이 나란히 두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선발진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KIA가 5위를 지키고 있는 데는 둘의 역할이 매우 크다. 지크는 기복 있는 투구로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지만, 헥터는 29일까지 197.2이닝(1위)을 소화하며 애초 목표했던 200이닝 돌파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는 2015시즌에 이어 조쉬 린드블럼(10승), 브룩스 레일리(7승) 2명 모두 재계약했고, 나름의 역할을 해줬다. 그러나 린드블럼의 방어율은 지난해 3.56에서 올해 5.27로 크게 오른 데다 토종 선발진과 계투진의 붕괴까지 겹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넥센 밴 헤켄-맥그레거-LG 허프(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효과적인 교체는 훌륭한 반전카드

꼴찌 후보로 평가받던 넥센은 외국인투수 교체 효과를 톡톡히 본 팀이다. 기존의 로버트 코엘로~라이언 피어밴드(kt)를 웨이버 공시하고, 앤디 밴 헤켄과 스캇 맥그레거를 데려왔다. 밴 헤켄과 맥그레거는 7월 이후에만 13승을 합작하며 순항하던 넥센에 날개를 달아줬다. 재미있는 사실은 코엘로(6승)와 피어밴드(5승)도 팀에 11승을 선물하고 떠났다. 외국인투수 4명이 팀의 선발승(48승) 가운데 절반인 24승(16패)을 합작했다.

LG도 교체카드로 큰 효과를 봤다. 13경기에서 2승3패, 방어율 5.54로 부진했던 스캇 코프랜드를 퇴출하고 데려온 데이비드 허프가 복덩이로 거듭났다. 허프는 12경기에서 6승2패1홀드, 방어율 2.99의 성적을 거두며 선발진에 날개를 달아줬다. 9승9패, 방어율 5.32를 기록 중인 헨리 소사도 3년 연속 1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3명의 성적을 합산하면 17승14패, 방어율 4.86.

한화 서캠프-카스티요-삼성 레온-플란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대흉작에 직격탄 맞은 삼성과 한화

외국인투수 농사에 어려움을 겪은 팀은 대부분 ‘B클래스(6~10위)’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과 한화다. 삼성은 앨런 웹스터와 콜린 벨레스터를 일찌감치 웨이버 공시했다. 12경기에서 4승4패, 방어율 5.70을 기록한 웹스터는 삼성에서 ‘효자’ 수준이다. 벨레스터는 3경기에서 3패, 방어율 8.03의 처참한 성적만 남기고 팀을 떠났다. 벨레스터의 대체자 레온은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며 2경기에만 등판하고 개점휴업했다. 성적도 1패, 방어율 11.25로 처참하다. 최후의 보루였던 요한 플란데도 11경기에서 2승5패, 방어율 7.56으로 부진하다. 외국인투수 4명의 합산성적이 6승13패, 방어율 6.92다.

한화도 에이스로 꼽히던 에스밀 로저스와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나란히 2승씩만 거두고 웨이버 공시됐다. 파비오 카스티요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9경기 6승4패, 방어율 6.58을 기록 중이고,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에릭 서캠프는 15경기 2승5패, 방어율 7.05로 무너졌다. 2승도 구원승이다. 이들 4명의 합산성적은 12승14패, 방어율 6.65.

6위 SK(66승74패)는 메릴 켈리를 받쳐줄 외국인투수가 없었다. 켈리는 30경기에서 9승8패, 방어율 3.67을 기록하며 잘 버티고 있다. 크리스 세든은 12경기에서 5승5패, 방어율 5.37의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고, 반전 카드로 기대했던 브라울리오 라라가 2승6패, 방어율 6.70의 부진으로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켈리 덕분에 외국인투수 합산 방어율 4점대(4.50)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까지 외국인선수를 1명 더 보유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 kt. 그러나 처음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는 트래비스 밴와트가 유일하다. 6승을 따낸 슈가 레이 마리몬이 부상으로 웨이버 공시된 것이 뼈아팠다. 뒤늦게 합류한 조쉬 로위(3승)와 피어밴드(2승)가 5승을 합작했지만, 위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5명의 외국인투수가 19승(30패)을 따내는 데 그치면서 팀도 2년 연속 최하위(10위)를 피하지 못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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