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 극적인 가을영웅이 되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1, 2루에서 LG 오지환이 1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LG 오지환(26)이 가을야구에서 극적인 영웅이 됐다.

오지환은 와일드카드(WC) 1차전 때 결정적 실책을 했다. 팀 내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편에 속했음에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의 실책으로 인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서 치른 WC 1차전을 KIA에 내줘야했고,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LG 양상문 감독은 WC 1차전이 끝나고 오지환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우리 팀 유격수는 오지환”이라며 끝까지 그를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그는 WC 2차전부터 양 감독의 믿음에 보답을 하는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를 휘감았던 긴장감도 조금씩 털어버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선 준플레이오프(PO) 4차전. 또 다시 그는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0-2로 선취점을 내준 2회초 1사 2·3루서 박동원의 타구를 포구하려다가 오히려 글러브로 공을 치면서 좌측 파울 지역 펜스까지 보내버렸다. 만약 타구를 잡았다면 내야안타로 주자 1명만 홈을 밟을 수 있었는데 실책성 플레이로 2점을 내줬다.

포스트시즌에서 3점차와 4점차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3점 이내면 추격이 가능한 점수차지만, 4점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은 단기전에서 따라가기 쉽지 않다. 오지환의 플레이에 아쉬움이 남았던 이유다.

오지환도 WC 1차전에 이어 팀에 중요했던 준PO 4차전에서 실수를 하며 자칫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소극적이 되기보다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히려 이를 악물었다. 실책성 플레이 직후 곧바로 2회말 돌아온 타석에 서서 안타를 때려내며 찬스를 만들더니, 3회 2사 1·3루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1점을 뽑아냈다. 5회 무사 1·2루에서는 중전안타를 치며 만루를 만들어 4-4, 균형을 맞히는데 발판을 마련했다.

더 결정적인 장면은 8회 나왔다. LG와 넥센은 4-4로 균형을 맞춘 5회 이후 7회까지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LG는 안타를 12개나 뽑아내고도 점수를 4점밖에 내지 못해 답답함이 커졌다. 이때 오지환이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8회말 2사 1·2루서 상대 마무리 김세현의 공을 강타해 우전적시타를 때려냈다.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이었다. 이 안타 하나로 역적이 될 뻔하다가 영웅으로 극적 반전에 성공한 그의 얼굴에는 모처럼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오지환은 이날 5타수 4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면서 준PO MVP를 차지했다. 총 62표 중 46표를 받았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