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손해배상, kt가 아니라 롯데가 받아야

입력 2016-11-10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성민. 스포츠동아DB

승부조작 정국의 한가운데 있는 투수 이성민(26)을 두고 NC, kt, 롯데, 그리고 KBO까지 4자가 물려있다. 선수생명이 걸린 이성민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야구단 존폐가 걸린 NC도 “은폐는 안했다”고 주장한다. 공식적으로는 이해당사자 모두가 “법적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말은 한다. 그러나 저마다 속으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것이다. 경찰 발표가 맞다는 전제를 깐다면, 사안의 중대성과 별개로 사후 배상 문제도 굉장히 복잡해진다. 피해배상을 받아야 할 주체가 어디냐는 것부터가 논란이다.


● kt, 승부조작 사기 당했는데 최대수혜자?

경찰 발표에 근거하면 NC는 이성민의 승부조작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kt가 특별지명에서 찍도록 ‘유도’한 것이다. ‘당연히’ kt는 이성민을 택했다. 그러다 이성민을 롯데에 트레이드로 넘겼다. 그리고 이제야 일이 터졌다. NC가 ‘사기’를 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적 피해자는 kt가 아니라 롯데라는 것이다.

야구규약 150조 6항은 “구단이 소속선수의 부정행위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숨긴 채 그 선수에 대한 선수 계약을 다른 구단으로 양도한 경우, 양도구단은 이적료, 이사비 등의 비용을 양수구단에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해 놨다. 여기서 ‘배상’은 손해를 물어주는 일을 일컫는다. “그런데 과연 kt가 무슨 손해를 봤느냐”는 근본적 의문이 야구계에서 나온다.

kt는 이성민을 활용하다가 롯데 선수와 바꿨다. 그래서 야구계에서는 “(이성민을 통해 선수를 얻은) kt가 NC로부터 10억원(특별지명금)까지 돌려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KBO가 규약에 얽매이지 말고, 조정으로 풀어가야

유례가 없는 일이라 법조인들도 판단이 쉽지 않다. 대한체육회 법무팀장을 역임한 법무법인 혜명의 강래혁 변호사는 “kt와 롯데 사이의 계약서를 보지 않아 말하기 어렵다. 다만 사기 성립을 전제로 얘기하자면, kt는 N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순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배상액의 범위를 놓고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법리적으로 볼 때, 롯데가 NC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무리일 것 같다. kt가 배상청구권을 롯데에 넘겨주는 시나리오라야 가능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설명했다.

결국 법이나 규약에 함몰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해결이 꼬일 수 있다. 그래서 야구계에서는 ‘이성민이 롯데로 온 순간, 모든 권리가 함께 넘어온 것’이라는 시각이 등장한다. 쉽게 말해서 트레이드 이후, 승부조작이라는 이성민의 ‘하자’까지도 kt에서 롯데로 승계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최종 피해자인 롯데가 NC에 배상을 청구할 명분이 열린다. 물론 NC가 어떤 형태로, 어느 선까지 배상해야 될지를 따지자면 더욱 난해해진다. 그러나 이성민과 NC의 혐의가 인정되는 순간이 올 때를 대비해 KBO는 지금부터 세 구단의 접점을 찾아주는 사전조정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