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정민-문규현. 스포츠동아DB
프런트가 수상자들을 결정하는데 여느 시상식처럼 성적이 우선시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6시즌 납회식에서는 기록 이상의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는 의지가 읽혔다.
투수 부문에서는 이정민(37), 타자 부문에서 문규현(33)의 수상이 그것이다. 이정민은 롯데에서 2016시즌 가장 많이 등판(67경기)한 투수였다. 77이닝을 던져 5승(2패) 9홀드 2세이브, 방어율 3.15를 올렸다. 무엇보다 이정민은 롯데 주력 투수진 중 최고령이었다. 그럼에도 연봉은 6500만원이었다. 이런 선수의 노고를 롯데는 살핀 것이다. 문규현 역시 신예 오승택의 등장으로 주전 유격수를 거의 빼앗길 위기였다. 그러나 오승택이 부상을 당해 이탈하자 그 공백을 메워줬다. 12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2를 기록했다. 문규현의 연봉도 1억원 이하(9000만원)였다. 드러난 성적은 돋보이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준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정민과 문규현이 ‘팀 플레이어상’의 개념이었다면 투수 박진형(22)과 외야수 김문호(29)은 ‘기량발전상’, ‘노력상’에 가까웠다. 2016시즌 ‘롯데의 발견’이었다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또 하나 음미할 대목은 롯데 자체 MVP가 손아섭(28)이었다는 점이다. 데이터만 놓고 보자면 캡틴 포수 강민호가 더 좋았다. 그러나 타율은 0.323으로 같았고, 홈런과 장타율, 출루율은 강민호가 우세했다. 게다가 강민호는 야구 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쓴 주장이었고, 포수였다. 그러나 손아섭은 144경기를 전부 출전한 유일한 롯데 선수였다. 부상 탓에 116경기를 뛴 강민호보다 이 점에서 점수를 땄다. 암흑 속을 걷는 암담함에 갇혀 있지만 2017시즌 롯데가 활로를 찾기 위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실감케 해주는 시상식이었다. 개인기록만이 아니라 팀을 위해 헌신하는 마인드의 선수가 롯데에 절실한 시기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