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스노보더’ 이상호가 그리는 큰 그림

입력 2016-12-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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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스노보드 이상호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한국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발맞춰 유망종목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의 빙상종목은 물론 썰매, 설상종목까지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썰매종목에서 윤성빈(스켈레톤), 원윤종·서영우(봅슬레이) 등의 강자가 나타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제는 설상종목에도 자신 있게 내세울만한 스타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한국 스노보드의 간판으로 떠오른 이상호(21·한국체대)다.

이상호는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카레차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 남자 평행대회전 결선에서 4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스노보드 월드컵 역대 최고성적이다. 메달권에 들진 못했지만, 50~60명의 선수가 참가한 월드컵에서 4강에 들며 스타 탄생을 알린 것이다.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상호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귀국해 발걸음이 가볍다”며 활짝 웃었다.

설상종목에서 메달 기대주가 등장한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한국은 설상종목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세계 수준과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체계적인 훈련과 선수 본인의 노력으로 올림픽 메달을 바라볼만한 위치까지 왔다. 그 중심에 있는 이상호는 스노보드인으로서 그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이상호가 그리는 ‘큰 그림’

이상호는 어린 시절 강원도 사북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썰매를 타며 성장했다. 재미삼아 썰매를 타던 어린이가 한국을 대표하는 스노보더로 우뚝섰고, 이제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바라보고 있다. 본인도 “올림픽 메달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 이전에 이상호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노보드인이다. 누구보다 한국 스노보드가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진심이 느껴졌다. 이상호는 “나도 스노보드를 타며 국내 스키장을 자주 다녔다”며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스키보다는 스노보드를 많이 타더라. 내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면서 한국 스노보드가 세계적으로 가능성 있는 종목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알파인 스노보드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도전의 길이 열릴 것이고, 선수를 양성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팀 이상헌 코치도 “막연히 메달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며 “특히 4강에 오를 정도의 실력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 기술은 이미 완성, 멘탈도 진화했다

이상호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선 완성된 선수로 꼽힌다. 그러나 부족한 집중력이 항상 발목을 잡았다. 이상호 본인도 “기술적으로 많이 올라왔지만, 과거에는 멘탈이 부족했다. 경기에 완벽하게 집중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초반 부진도 이와 연결됐다. 그러나 이 또한 멘탈 트레이닝을 통해 크게 개선됐다.

이상헌 코치는 “이상호는 가속을 붙이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완성형 선수에 가깝다”며 “세계적인 선수 누구와 붙어도 주눅 들지 않는다. 자기관리가 매우 뛰어난 선수다. 스마트하고 성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연습 때도 항상 그 부분을 강조했다. 그 훈련의 결과가 첫 월드컵부터 나왔다. 항상 꿈에 그리던 월드컵 4강인데, 확정된 순간 눈물을 머금었다”고 돌아봤다.

인천국제공항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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