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입력 2016-12-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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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승승장구한 두산. 그러나 마음 한편은 편치가 않다. 연봉 등 돈 문제 때문이다. 과연 두산은 마지막 암초마저 피해 쾌속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한국시리즈 우승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두산 선수단.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KS) 2년 연속 우승 이후에도 두산은 쾌속 행보다. 스토브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캡틴 유격수 김재호와 베테랑 마무리 이현승 잔류에 성공했다.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의 재계약 성공 등 외국인선수 계약도 순조롭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 재계약은 KS 3연패를 향한 두산의 화룡점정이 될 터다. 바깥에서도 두산을 위협할 세력이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면 2017시즌은 펼쳐보기도 전부터 ‘어차피 KS 우승은 두산’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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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경제신문에서 곧잘 등장하는데, 인수합병 등에서 승리한 기업이 불어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좌초할 때를 일컫는다. 야구단에서 최고의 가치는 우승이다. 우승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것’이라지만 가볍지 않은 대가를 감당해야 한다. 우승 보너스부터 시작해서 다음 시즌 연봉 재계약까지 지출이 급증한다.

KBO 집계에 따르면, 두산은 2016년 연봉 총액이 67억6400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평균연봉 인상률이 13.2%에 달했다. 신인선수와 외국인선수, 감독, 코치 연봉을 더하면 액수는 더욱 올라간다. 공교롭게도 두산의 모기업 인프라코어는 2015년 겨울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월급 받는 것만도 감사하다”는 와중에 두산그룹은 적어도 야구단에는 성의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장이 받는 느낌은 또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상황이 워낙 엄혹했던지라 양측이 절충을 찾아서 약간의 상실감은 있었을망정, 큰 잡음은 없었다. 그리고 2016시즌 최고의 성적으로 다시 우승을 해냈다. 게다가 이번에는 두산 그룹 사정도 조금은 개선됐다는 것이 경제계의 평가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는 무한한데 가지고 있는 재화는 제한된 이상, 갈등은 필연적이다. 야구계 소식통에 따르면, ‘두산의 우승 보너스가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A급 선수들을 제외하면 소외감을 느낄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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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성의 두산, 양극화의 덫을 어떻게 돌파할까

두산은 ‘화수분 야구’의 이미지가 강하다. 최적지출, 고효율을 추구했다. 그러나 어느덧 두산은 부자구단으로 몸집이 불어났다. 100만 달러 외국인선수만 2명에 달할 것이 확실시된다. 니퍼트는 200만 달러 언저리에서 연봉이 결정날 것이다. 장원준도 연봉이 10억이다. 두산 1군 주전급의 연봉은 이제 억대가 당연하다. 협상에서 연봉의 대폭인상 요인도 가득하다.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느새 두산도 ‘양극화’가 극심한 구단이 된 것도 현실이다. 이런 구조적 민감함은 코칭스태프가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돈 잔치는 두산 앞에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나 ‘왕조’로 가는 갈림길에 겪어야 하는 성장통일 것이다. 관건은 두산이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느냐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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