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DA:다] ‘너의 이름은.’-‘오빠야’… 서브컬처, 주류 시장을 흔들다

입력 2017-01-23 16: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래드윔프스, 사진=미디어캐슬

서브컬처란 문자 그대로 주류 문화가 아닌 마니아층 위주의 비주류 문화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특정 장르의 소설이나 음악들을 서브컬처로 분류하며, 최근에는 1인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인터넷 개인방송도 이 범주에 들어가곤 한다.

그렇다고 서브컬처가 언제까지나 마니아만을 위한 비주류 문화에 머물러 있는건 아니다. 소수의 마니아층이 열광하던 서브컬처가 점점 소수가 아닌 다수의 문화로 확장되면서 주류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는 경우는 심심찮게 발생해왔고, 지금 이 순간 가요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너의 이름은.’, 사진=미디어캐슬


먼저 서브컬쳐의 저력을 보여준 건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다. 과거 '겨울왕국'이 애니메이션으로는 이례적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메인 테마곡 'Let It Go'가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바 있지만, 이는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지지층을 가진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기록이기도 했다.

반면 '너의 이름은.' 일명 '재패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일본산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은 오타쿠 문화를 대표하는 서브컬쳐로 여겨져왔기에 그 흥행돌풍은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런 흥행돌풍은 '겨울왕국'처럼 스크린을 넘어 음원차트로 까지 이어졌다. '너의 이름은.'의 OST이자 일본밴드 래드윔프스(RADWIMPS)가 부른 '난데모나이야(なんでもないや, 아무것도 아니야)'는 국내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일본가수가 일본어로 부른 곡이 국내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린 건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난데모나이야'에 앞서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린 일본곡은 2004년 11월 22일~28일과 12월6일~12월12일 나카시마 미카의 '유키노하나(雪の華, 눈의 꽃)'가 유일하다.

즉, 서브컬처로 취급받던 재패니메이션이 주류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너의 이름은.'이 제대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신현희와 김루트, 사진=문화인


서브컬처의 힘을 보여준 사례는 또 있다. 어쿠스틱 듀오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 역주행이 그것이다.

2017년 첫 역주행에 성공한 '오빠야'는 앞선 역주행에 비해 그 계기가 명확한 편이다. 아프리카tv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1인 크리에이터 BJ꽃님이 자신의 주제가로 '오빠야'를 사용한 것이 그것이다.

신현희와 김루트의 '오빠야'를 따라부르며 다양한 애교를 선보이는 BJ꽃님의 영상은 아프리카tv에서는 물론 SNS를 통해 큰 인기를 얻었고, 이를 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오빠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역주행에 성공하게 됐다.

'너의 이름은.'과 마찬가지로 서브컬처로 여겨지던 1인 크리에이터가 주류시장에 힘을 발휘한 또 하나의 사례라 할 만하다.

BJ꽃님, 사진=영상 갈무리


사실 연예인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도 않고, 소수의 문화로만 여겨지는 1인 크리에이터가 과연 정말로 주류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할 만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는 하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 소셜 마케팅 전문가인 황정기 대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황 대표는 "현재 아프리카tv 랭킹 1위 BJ인 BJ감스트는 애청자가 45만명을 넘었고, 누적 시청자는 2억 명을 돌파했다. 모든 BJ가 감스트같지는 않겠지만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1인 크리에이터의 방송을 보고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라며 "인기 BJ의 경우 동시 시청자도 몇 만명을 가볍게 넘다보니, 이들이 일제히 같은 노래를 듣는다면 음원차트 진입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또 황 대표는 "실제 가수 혜이니가 BJ철구와 함께 낸 '오빠 맘마'는 BJ철구가 음원 공개 생방송을 진했했었다. '오빠 맘마'의 진입 순위가 29위였는데, 그동안 혜이니가 발매한 음원 중 가장 높은 진입 순위다"라고 실제 사례를 밝히기도 했다.

황 대표는 "1인 크리에이터가 인터넷을 위주로 활동하다보니 연예인처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인기가 낮을 수는 있지만, 지금 처럼 SNS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오히려 이런 1인 크리에이터가 일반 방송보다 더 큰 여론과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라며 "이제 사례들이 점점 나오고 있으니 1인 크리에이터는 물론 마니아층을 확실하게 지니고 있는 서브컬처와 메인 스트림시장의 가수들이 직접적으로 결합한 프로젝트가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