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귓속말’ 신영주-기다려라. 가만 있어라. 그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 아직도 하늘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왼쪽) 영화 ‘내부자들’ 대중은 어차피 개·돼지입니다.(오른쪽) 사진제공|SBS·내부자들문전사
● 직접적인 ‘대사’
방송 2회 만에 주옥 같은 명대사로 시선을 모은 SBS ‘귓속말’. 요즘처럼 어지럽고 답답한 시국에 시원한 ‘사이다’를 넘어 통쾌한 ‘핵주먹’을 한방 날린다. 대사가 겨냥한 듯한 실제 인물과 상황이 연상되는 건 자동반사. “좀 쎈대?”라고 할 정도로 당사자를 뜨끔하게 만든다. “기다려라. 가만 있어라. 그 말을 들었던 아이들은 아직도 하늘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입시부정에 가담한 교수가 있다. 그 덕에 학과장이 됐다. 처음에 가담했던 사람이 또 공모를 하고, 주도를 한다”는 대사를 통해 실제 사건을 노골적으로 빗댄다.
영화 ‘내부자들’의 명대사는 신문사 논설주간 역을 맡은 백윤식의 입에서 나온다. “대중은 어차피 개, 돼지입니다”라는 말. 관객을 자극한 이 대사는 지난해 한 교육부 기획관의 입에서 실제 되풀이돼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그래서 ‘덜 나쁜 놈’ 이병헌은 이렇게 묻는다.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한가?”
● 현실인 듯, ‘기시감’
‘더 킹’이 개봉한 1월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셌다. 검사로 출발해 승승장구한 권력자인 그의 모습이 영화 주인공 정우성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영화가 그린 사법권력의 비루한 민낯은 그간 검찰이 주도하거나 연루된 사건 및 특정인을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으로 530만명의 선택이 이어졌다.
KBS 2TV ‘김과장’ 역시 최근 정국과 세태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극중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TQ그룹의 실세 ‘도어락 3인방’은 얼핏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떠올리게 한다. 또 재무이사 서율 역의 준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모티브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 극단적인 ‘설정’
부조리한 세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도 있다. 5월 방송 예정인 MBC ‘파수꾼’은 범죄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평범한 일상이 산산조각 난 사람들이 모여 정의를 실현한다는 이야기. 경찰과 검찰, 법으로는 절대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큰 테두리 속에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을 그릴 예정이다. 조직의 안위를 위해,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는 ‘법비’들에게 “한 방 먹이겠다”고 제작진은 기획의도를 밝혔다. 최대치의 상상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함을 극대화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