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대로” 류제국-임찬규, 정상호에 엄지척, 왜?

입력 2017-04-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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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투수 임찬규에게 사인을 내는 포수 정상호.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정)상호 형이 던지자는 대로 던졌어요. 딱 한 번 고개 저었고요.”(류제국)

“정상호 선배가 사인을 내는 대로 던졌어요. 지난 등판부터 한 번도 고개 저은 적 없어요.”(임찬규)

LG 투수진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이다. 28일까지 24경기를 치러 선발진 방어율이 2.83, 구원투수진 방어율이 2.54로 빼어나다. 투수진 피안타율이 0.234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투수진의 선전에는 포수 리드를 빼놓을 수 없다. 정상호, 유강남으로 이뤄진 2인 포수진과 투수진의 호흡이 최상의 결과를 내고 있다. 투수들이 이를 더 잘 안다. 특히 정상호의 리드에 대해서 투수들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류제국은 26일 잠실 SK전에서 6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하며 5승을 달성한 뒤 “상호 형이 던지라는 대로 던졌다. 고개를 한 번만 저었다”며 “내 생각과 다른 공을 요구해서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설명했다.

LG 류제국(왼쪽)-정상호(가운데). 스포츠동아DB


류제국은 이날 주무기인 커브 대신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했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던지기 시작한 컷패스트볼(커터)과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무브먼트가 심한 포심패스트볼(포심)이 더해지면서 SK 타자들이 손발을 꽁꽁 묶었다. 94개의 투구수 중 포심이 39개, 커터가 22개였고, 커브(13개)보다 체인지업(20개)을 더 던졌다.

류제국은 “나도 몰랐는데 한동민 등 SK 타자들이 내 커브를 잘 쳤다”며 “이 상황에서는 커브라고 생각했는데 상호 형은 이를 알고 나에게 다른 사인을 적극적으로 냈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다음날이었던 27일 SK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둔 임찬규도 “상호 선배님의 사인대로 던졌다”며 포수의 리드에 공을 돌렸다. 그는 이날 7.1이닝 2안타 7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2012년 10월 2일 잠실 삼성전(8이닝 2실점) 이후 무려 1668일 만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27일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1사 1루에서 LG 선발 임찬규가 교체를 앞두고 포수 정상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이날 임찬규는 7.1이닝 무실점을 펼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여기에는 정상호의 효과적인 볼배합이 힘을 발휘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경기 후 “포수 정상호의 상대의 허를 찌르는 리드가 정말 좋았다. 오늘의 수훈은 임찬규와 정상호의 호흡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찬규도 “이전 등판이었던 KIA전(21일 잠실·5이닝 1실점)에서도 한 번도 고개를 젓지 않았다”며 “등판할 때마다 4사구를 안 내줘서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내 유일한 목표인데 상호 선배님 리드에 맞춰서 그 곳에만 공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던지는 게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포수진 강화를 위해 2015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4년 32억원에 정상호를 데려왔다. 정규시즌에는 유강남이 활약했지만 가을야구, 큰 경기에서 정상호의 활약이 눈부셨다. 올해는 존재감이 더 빛나고 있다. 유강남과 번갈아가면 선발출장하고 있지만 그가 마스크를 쓰는 날 투수들을 확실하게 리드하며 승리를 합작하고 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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