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염경엽 단장-힐만 감독(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SK 와이번스

SK 시절 김성근 감독.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포스트 김성근 시대’의 SK 행보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김 감독과 상반된 야구관을 지녔지만 권한의 집중을 원하긴 마찬가지였던 이만수 감독에게 위임도 해보고, 김용희 감독을 발탁해 프런트와의 분권형 시스템야구를 시도해봤다. 그러다 2016시즌을 마친 뒤, 미국인 트레이 힐만을 감독으로, 넥센 감독 출신 염경엽을 단장으로 채용했다. 상도의를 어겼다는 잡음에도 어쨌든 SK는 관철시켰다. SK는 김용희 감독의 실패를 통해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 그래서 인재가 중요하다’는 잠정적 결론에 도달했다. SK에서 ‘기득권’을 지녔던 사람들을 대거 배제하고, 새롭게 판을 짰다.

전 SK 이만수 감독-김용희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한국 사람들은 유달리 리더십, 카리스마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창의력이 중시되는 4차 산업 시대로 접어들수록 ‘리더십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각광을 받고 있다. ‘톱다운’ 일방 지시가 아니라 조직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식이 매니지먼트의 요체로 꼽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SK의 4월 순항을 ‘힐만 리더십’, ‘염 단장의 혁신’ 같은 리더십 프레임으로 규정하는 시선은 SK라는 조직의 본질을 편의적·피상적으로 파악한 관점이 아닐까. 김성근 리더십과의 결별 이후 SK는 대안 리더십이 아닌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결심했고, 축적된 성과가 서서히 발현된 셈이다. 단기성과가 돋보이지 않았던 시간의 냉담한 평가에도 SK는 원칙을 수정하지 않았다. 장기비전을 일관되게 추진한 과정에서 효율적 경영의 토대가 마련됐다. SK의 선수층과 전력순환을 들여다보면 이 팀의 미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SK는 2011년 8월18일, 그들의 결정이 옳았음을 말이 아닌 행적으로 증명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