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올해도 탈꼴찌? kt는 ‘순위’보다 ‘미래’가 필요하다

입력 2017-07-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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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이대로 가면 시즌 100패를 당할 위기에 있다. 어느덧 KBO 1군 진입 3년째, 더 이상 신생팀이라고 봐주기도 어렵다. 위기의식이 절실하다. 스포츠동아DB

kt는 올 시즌 또 다시 최하위다. 시즌 초반만 해도 연승을 달리면서 승승장구했지만 제 컨디션을 찾은 삼성에 밀려 꼴찌로 내려갔다. 후반기 60경기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가을야구는 사실상 멀어진 상황이다. 전반기 마지막 10경기에서는 2승8패를 기록하면서 9위 삼성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물론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kt도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 치러야한다. 그러나 후반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방향성을 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시적 목표는 단순히 ‘탈꼴찌’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주어진 시간 동안 실전경험을 쌓아 ‘내일’을 준비하는 게 팀에 이로울 수 있다.

고무적인 부분은 1군 진입 3년 만에 그동안 씨를 뿌려 물을 주고 정성스럽게 키워온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마운드에서는 마무리 김재윤, 토종선발, 고영표, 필승조 심재민 등이 야구팬들에게 얼굴 도장을 찍는데 성공했고, 야수 쪽에서도 심우준 정현 이해창 등이 1군 무대에 연착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들을 확실한 전력감이라고 하긴 어렵다. 박경수 이진영 유한준 박기혁 등 베테랑들이 있지만, 앞으로 kt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

kt 김재윤-고영표-심재민-정현-심우준-이해창(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그러기 위해서는 롤모델이 중요하다. kt와 같은 신생팀 출신인 NC만 봐도 1군 진입할 때부터 팀 내 모범이 되는 선수들이 있었다. 특히 외국인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투수진과 야수진의 발전을 도왔다. 일단 1선발이 확실했다.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NC는 1군 무대에 진입했을 때 외국인선수들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마운드의 경우 찰리 쉬렉이 1선발 노릇을 했고 이후 에릭 해커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타자 쪽에서는 에릭 테임즈라는 특급타자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젊은 선수들의 발전을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NC 나성범은 테임즈에게 경쟁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같은 놀라운 파워를 얻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장점을 흡수했다. 덕분에 단시간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kt는 외국인농사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위원은 “kt에서 심재민 이상화 김재윤은 꽤 괜찮은 불펜진이다. 여기에 조무근까지 합류하면 필승조가 나쁘지 않다”면서도 “다만 선발 쪽에서 제대로 된 토종투수가 성장하지 못했다. 그나마 올해 고영표가 가능성을 비췄을 뿐이다. 1군 진입 직후 외국인투수 3명을 쓸 수 있었지만 올해 던지고 있는 라이언 피어밴드를 제외하고 팀 투수들을 이끌어줄 특급투수가 없었다고 본다. 야수 쪽에는 앤디 마르테라는 좋은 타자가 있었지만 리그를 지배할 만큼 빼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어려울 때 팀을 이끌어 나갈 선수단 리더도 마땅치 않았다. 이 위원은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전제를 달면서 “NC는 이호준이라는 실력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베테랑을 영입해서 팀 문화를 만들었다. kt는 그런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신생팀은 내디디는 첫 걸음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시작부터 잘못된 단추를 꿰면서 1군 진입 3년차에도 전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구단의 미흡한 투자는 단순히 최하위라는 순위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 팀 성장에도 마이너스다. kt는 반성이 필요하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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