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전임감독 출격…전환기 맞은 한국 야구대표팀

입력 2017-07-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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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이 한국야구 사상 첫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임명됐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야구계 전체의 아낌없는 지원이 절실하다. 스포츠동아DB

한국 야구대표팀이 사상 첫 전임감독제를 실시한다.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표팀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장기적인 행보에 들어간다. 올해 11월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제2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등 대표팀이 올림픽까지 거쳐야 할 길은 험준하기만 하다.

대회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바로 세대교체다. 대표팀은 당장 팬들이 만족할만한 국제대회 성적을 냄과 동시에 세대교체에도 성공해야 하는 입장이다. 전환기에 들어선 한국 야구대표팀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장은상 기자가 묻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이자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령탑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한국야구 역사상 첫 대표팀 전임감독이 탄생했습니다. 한국야구가 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은데요. 감독님께서는 이번 전임감독 선임을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A : 물론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제대회는 대부분 단기전이지만 그것을 준비해야 하는 팀들은 상당히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더 그렇죠. 선수 선발, 컨디션 확인, 전력 분석 등 일일이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프로에 재직 중인 현직 감독들로서는 당연히 한계가 있죠. 어느 한쪽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아무리 시즌을 피해 대회가 열린다 해도 프로 감독에게 중요하지 않은 기간이란 없습니다. 오히려 비시즌이 팀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의 중요한 분수령이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대표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임감독의 탄생은 향후 대표팀 운영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 첫 전임감독의 주인공은 선동열 감독이었습니다. 여러 국제대회에서의 풍부한 경험이 대표팀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A : 물론이죠. 제가 봐도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이번 전임감독에는 선동열 감독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최고의 적임자라 할 수 있죠. 아시아에서는 우리가 주로 분석하고, 경쟁상대로 삼아야 하는 팀이 일본 아니겠습니까. 선 감독은 일본야구도 경험했고, 또 잘 알기도 합니다. 더불어 최근 국제대회 경험까지 풍부하죠. 모든 능력을 고루고루 갖춘 사령탑입니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Q : 이번 대표팀에게 성적만큼이나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세대교체입니다. 과연 전임감독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요?

A : 세대교체는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베스트 전력을 뽑을 것이냐’ 아니면 ‘4년 후를 바라볼 것이냐’와 같은 방향을 정하는 게 우선이죠. 현실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어렵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다르죠.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입니다. 무조건 젊은 선수만 뽑는다 해서 해결될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그건 대표팀 운영에 무리수를 두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세대교체를 위한 좋은 기회가 있습니다. 바로 11월에 열리는 아시아야구챔피언십이죠. 24세 이하 친구들로만 참석해야하는 대회 아니겠습니까. 젊은 선수들의 국제대회 실력을 볼 수 있는 기회죠. 경험은 돈으로도 못 사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아무리 잘 하는 젊은 선수도 국제무대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젊은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은 분명 향후에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Q : 선수 차출은 대표팀과 프로구단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과정 또한 복잡했는데요. 전임감독제 실시와 함께 이 또한 변화가 있을까요?

A : 기존에는 선발위원회에서 1차적으로 60명 정도의 대표팀 명단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처럼 전임감독이 없으니 선발위원회가 그 역할을 대신 한거죠. 프로에 있는 현직감독이 시즌 중에는 그 과정을 진행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이후 선발위원회에서 2차 45명을 정한 뒤 최종적으로 마지막 순서에서 대표팀 감독이 합류합니다. 3차 선발에서 1~2명 정도를 추가로 정했죠. 선발위원회 결정과 크게 달라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많이 달라지겠죠. 전임감독의 주도 하에 선수 발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Q : 야구 대표팀은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국제대회에서 다시 경쟁력을 다시 갖추기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무엇이 요구될까요?

A : 단기전은 ‘컨디션’ 싸움입니다. 과거의 대표팀을 보면 적당히 연습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훈련스케줄이 많았습니다. 컨디션을 올리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죠. 제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할 때 일입니다. 당시에는 준비기간이 어느 정도 있어서 대표팀을 아예 부산에서 합숙훈련을 시켰습니다. 연습 강도 또한 높았죠.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첫날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모두 제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큰일이다 싶었죠. 곧바로 체계적인 강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소속팀보다 훈련이 많다고 불평을 쏟아내는 선수도 있었죠. 저는 무시하고 계속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선수여도 컨디션이 안 좋으면 한가운데 몰린 공도 제대로 못 맞추는 법입니다. 투수도 마찬가지죠. 제구가 한가운데 몰리거나 볼끝이 무뎌지죠. 선수들은 절대적으로 대회 기간에 맞춰 몸을 준비해야 합니다. 방법은 체계적으로 말이죠. 대표팀에 오면 선수들 대부분이 의욕이 충만해집니다. 자기 몸 컨디션은 생각도 안 하고 무리를 하죠. 그건 부상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해요.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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