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기부…5년 전 트라우마 딛고 활짝 웃은 김인경

입력 2017-08-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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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이 8월7일(한국시간) 영국에서 끝난 LPGA 투어 브리티시오픈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생애 첫 LPGA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생애 첫 LPGA 메이저대회 V 스토리

우승은 절대로 혼자 만들어낼 수 없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겠지만
체력과 정신적인 면과 같은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의 우승이 힘든 과정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북돋아줬으면…

브리티시 오픈 총 18언더파 270타 감격승
5년전 나비스코 30cm 퍼팅 실패 후 슬럼프
꾸준한 멘탈트레이닝과 선행으로 마음수련
시즌 3승째…세계랭킹 21위서 9위로 껑충


모두들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5년 전의 악몽이 뇌리를 맴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찾아온 최종라운드 18번 홀. 우승을 확정짓는 두 번째 어프로치샷이 홀컵 가까이 붙고 나서야 환한 웃음꽃이 살며시 피어났다.

김인경(29·한화)이 마침내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인경은 8월7일(한국시간) 영국 파이프 킹스반스 골프 링크스(파72·6697야드)에서 끝난 리코 위민스 브리티시오픈에서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인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나비스코 악몽’ 그리고 찾아온 슬럼프

5년간 품은 한(恨)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갔다. 지우고 싶은 기억은 2012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인경은 나비스코 챔피언십(ANA 인스퍼레이션의 전신) 최종 4라운드에서 우승까지 30cm 파 퍼트를 남겨놓고 있었다. 그런데 확신에 찬 마지막 퍼팅이 홀 컵을 빗겨가면서 보기에 그쳤고, 허탈감에 빠진 채 결국 연장승부 끝에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호사가들은 당시 장면을 ‘나비스코 악몽’으로 명명했다. 그 해는 물론 이후 각종 주요대회 결승전을 생중계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날의 파 퍼트가 전파를 탔다. 골프의 오묘한 섭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그보다 훌륭한 본보기는 없었다.

물론 당사자는 더없이 괴로웠다. 악몽이 슬럼프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정신력을 겨루는 골프에서 그날의 아픔은 늘 발목을 잡았다. 김인경은 이듬해인 2013년 3월 기아클래식에서 연장전 패배를 당했고, 2014년 9월 포틀랜드 클래식에서도 2m 파 퍼트를 놓쳐 우승에 실패했다. 자연스럽게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붙었다.

김인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악몽을 지운 멘탈 트레이닝과 선행

그러나 좌절은 없었다. 우선 마음부터 다잡기로 했다. 김인경은 멘탈 코치의 도움으로 정신력 강화에 나섰다. 명상을 통한 심적 안정에도 시간을 쏟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 김인경은 더욱 단단해졌다.

선수생활 내내 지속한 선행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10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상금(약 2억4000만원)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해 화제를 모은 김인경은 2012년엔 아예 ‘김인경재단’을 설립해 ‘기부천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같은 해에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아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편안한 마음가짐은 다시 김인경을 일으켜 세웠다. 지난해 10월 레인우드 클래식 제패로 LPGA 통산 4승째를 올린 뒤 올해부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숍라이트 클래식과 7월 마라톤 클래식 그리고 8월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완벽한 부활의 날개를 펼쳤다.

김인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첫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얻은 값진 성과들

특히 이번 브리티시오픈 정상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기 때문이다. 2007년 LPGA에 데뷔한 이후 7차례 정상을 밟는데 메이저 타이틀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리품의 규모도 상당하다. 우선 세계랭킹 톱10 재진입이라는 선물을 얻었다. 2014년 2월을 끝으로 세계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김인경은 이번 우승으로 종전 21위에서 12계단이 오른 9위에 수식 상승했다.

상금 역시 알차다. 50만4821달러(약 5억7000 만원)의 우승 보너스를 챙겨 올 시즌 총상금 100 만85783달러(약 12억2000만원)를 기록했다. 전체 4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LPGA 올해의 선수 레이스에서도 유소연에 이어 2위로 점프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비로소 보상받고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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