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채영 “예쁘다는 말보다 어려보인다는 말이 좋다”

입력 2017-09-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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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한채영에게 “망가짐”은 곧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뒤 몇 편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그 도전을 “즐기면서 하게” 된 자신이 뿌듯하다. 21일 개봉작 ‘이웃집 스타’ 역시 그렇게 작업에 임한 무대가 됐다. 사진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 영화 ‘이웃집 스타’로 돌아온 한 채 영


요즘 아들 유치원 보내면서 하루 시작
‘바비인형’으로 불리는 건 지금도 좋아
예능 자신감…이젠 망가지는 걸 즐겨
잘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현재에 만족


연기자 한채영(37)은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21일 개봉한 영화 ‘이웃집 스타’를 통해 2013년 KBS 2TV 드라마 ‘예쁜남자’ 이후 4년 만에 연기자로 팬들을 만나는 이유도 있지만 “즐기면서 일을 하는” 자신이 눈에 보여서다. 2000년 영화 ‘찍히면 죽는다’로 데뷔 후 15년 이상 활동하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보다”라고 스스로 놀라워한다. 한동안 중국활동에 주력하다 국내로 복귀한 그의 즐거운 ‘외침’이다.

한채영은 “편안한 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동안의 갈증을 토로했다. 큰 키에 서구적인 체형, 빼어난 미모로 지금까지도 ‘바비인형’으로 불리는 그는 연기가 아닌 외모로 각인된 도도한 이미지를 깨고 싶은 바람이 마음 한 구석에 늘 자리 잡았다.

“(2013년에)아이를 낳고 키우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2’), 이틀 동안 세수를 못하는 등(MBC ‘오지의 마법사’) 망가지는 것에 수줍고 두려움이 컸는데, 이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편안해졌다. 스스로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게 영화 ‘이웃집 스타’다. 하지만 편안함과 긴장감은 별개였다. 개봉 전 시사회 등을 통해 영화를 세 차례 관람한 그는 “이제는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볼 수 있다”며 웃는다.

극중 여중생 딸을 둔 톱스타를 연기한 그는 사춘기 딸과 갈등하는 등 좌충우돌하면서 천방지축의 매력을 보여줬다. 실제로도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외모를 보여주지만 행동에서 드러나는 약간의 ‘허당’기로 대중과의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스스로 변화를 시도한 결단력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부담감을 내려놓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줬다.

한채영은 “관객 수, 시청률 등 ‘대박’을 생각하지 않게 됐다. 예전에는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현재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몇 년 전만해도 한채영은 말 한마디를 꺼내는데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될까봐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스스로 행동에 제약을 가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채영은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부딪히고” 있다.

동시에 가족의 소중함도 새삼 깨달았다. 영화 속 연예인 엄마 역할이 실제와 같아, ‘이웃집 스타’를 촬영하며 가족의 고충을 떠올렸다. 그는 “제 활동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하지만 연예인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주위 시선을 받지 않나. 저로 인해 모두가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아들이 성장하면 자신의 속내가 그대로 담긴 ‘이웃집 스타’를 가장 먼저 보여주겠다고 했다.

‘워킹맘’ 한채영은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연예활동하며 엄마와 아내 역할을 병행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직업적 특성상 집을 비울 일이 잦아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가족에 집중한다. 헬스클럽에 다니며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아들에게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 아들과 함께 있을 때 뭔가 결정해야할 일이 생기면 선택권을 주고 싶다. 엄마라고 해서 제 마음대로 하지 않고 항상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묻는다.”

한채영은 다음에 어떤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게 될지 기대가 높다. “이제는 무엇을 하게 될지 저도 모르겠다”며 웃는다.

“10년 전에는 예능프로그램 출연 자체를 생각도 못했다. 물론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해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긍정적인 성격이라 고민을 많이 하거나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분명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채영이 연기자로서 계속해서 변신을 꾀하며, 자신을 향한 주위 시선이 시시각각 변해도 달라지지 않길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비인형’이라는 수식어다.

그는 “바비인형으로 불리는 건 지금도 좋다. 제 외모가 비비인형 같아서가 아니라, 오래되다보니 그 호칭이 익숙해서가 아닐까”라며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제는 예쁘다는 말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이 좋더라”며 “하하” 웃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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