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동열 감독-일본 이나바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선 감독은 “내가 주니치에서 뛸 당시에 이나바 감독은 야쿠르트 선수였다. 정교한 타자라서 내가 맞은 기억이 많다”고 웃었다. 이후 이나바는 니혼햄으로 이적했다. 그 팀에서 리더십으로 인정받았다. 해설위원을 거쳐 대표팀 감독까지 올랐다. 잘 생긴 얼굴에 언변도 좋다.
그러나 사적 인연은 국가의 중대사 앞에서 잠시 곁에 치워놓을 일이다. 적의 약점은 집요하게 찌르고 우리의 강점은 독하게 밀어붙여야 팀이 산다.
대한민국 한승택-일본 가이 다쿠야(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소프트뱅크 호크스
● 기동력 전쟁
일본 대표팀의 가장 두려운 지점은 기동력이다. 도루를 계속 내주면 팀 전체가 흔들릴 위험이 높다. 대표팀 이종열 분석원은 “한승택(KIA)은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포수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도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도루를 주는 것 못잖게 ‘얼마나 뺏느냐’도 중요하다. 한 방 능력이 떨어지는 대표팀도 ‘발야구’가 살 길이다. 그러나 일본의 포수 가이 다쿠야(소프트뱅크)는 일본프로야구 최강의 도루 저지 능력을 자랑한다. 선 감독도 알고 있다. 그러나 단호하다. “가이가 주자 견제에서 특급인 것은 안다. 그렇다고 우리 선수들을 안 뛰게 할 생각은 없다. 그린 라이트를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변화구 타이밍에 뛴다면 해볼만하다는 계산이다. 한국전 선발로 예고된 야부타 가즈키(히로시마)는 여느 일본투수들처럼 슬라이드스텝이 빠른 편이다. 그렇다고 적극적 주루를 하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고 선 감독은 보고 있다. 선 감독, 이나바 감독 공히 스몰볼, 즉 ‘저실점경기’를 선호한다. 이런 야구관에서는 한 베이스를 더 가느냐에 따라오는 1점이 희비를 가른다.
대한민국 구자욱-최원준-류지혁(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답은 왼쪽에 있다
한국 대표팀의 장점은 좌타라인이다. 일본은 그럼에도 우투수 야부타를 선발로 냈다. 일본의 필승 계투진 3명(이시자키~마타요시~야마사키)도 모두 우투수다. 그러나 여차하면 좌완투수가 올라올 것이다. 선 감독은 16일 일본전에 좌타라인 풀가동을 예고했다. “1루수로 구상한 구자욱(삼성)을 외야수로 돌리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1루수로 좌타자 최원준(KIA)이 들어갈 수 있다. 좌타자인 하주석(한화)이 지명타자로 이동하고, 3루수로 좌타자 류지혁(두산)이 들어가면 좌타라인이 최대한 배치되는 라인업이 된다. 선 감독은 “일본, 대만이 좌투수를 올려도 우리 좌타자들이 이겨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KBO리그에서 보여준 좌투수 상대 경쟁력을 국제대회에서 못할 리 없다는 믿음이다. 결국 한일전은 전술 이전에 기 싸움이다.
도쿄돔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