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 하는 평창 100배 즐기기] 평창올림픽 마지막 변수 ‘컨디셔닝’

입력 2018-02-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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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입촌식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가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릉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안방이라 할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이 드디어 9일 개막된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선수들의 일생에서 자기관리와 운, 타이밍이 좋으면 2~3번 참가할 수 있는 꿈의 무대다. 그러나 기술, 체력, 정신력이 결합된 경기력을 집중시키는 순간은 일생에 한번 경험하기 힘든 경지일 터다. 그 찰나의 황홀을 위해 선수들은 수많은 시간이 축적된 땀을 흘려왔다. 누군가는 2010밴쿠버올림픽부터 8년 동안, 혹은 2014소치올림픽 이후 4년 넘게, 2018평창올림픽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실을 딸 시간이 왔다.

이제 그토록 기다려왔던 실전을 얼마 남겨놓지 않는 시점에서, 선수들은 이제껏 훈련을 통해서 쌓아온 자신의 능력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것을 스포츠과학에서는 ‘컨디셔닝(conditioning)’이라고 부른다. 올림픽 본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보다 실력발휘를 못하면, 돌이킬 수 없다. 아무리 기량이 빼어난 선수일지라도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한 올림픽에서 메달획득에 실패하면 심리적 내상이 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림픽과 같은 큰 국제경기에서 컨디셔닝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요소들은 무엇이 있으며,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리한 점은 또 무엇인지 알아보자. 먼저 환경적 요소로서 경기장 적응과 음식 등의 조절은 개최국인 우리나라 선수에게는 많은 이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시차적응이 따로 필요 없는 여건도 컨디셔닝 조절에 유리하다.

7일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수단 입촌식에서 박승희와 심석희가 오륜기 안경과 하회탈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릉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올림픽 실전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임하기 위해서는 훈련 강도는 강하게 유지하되, 훈련량에서 단거리는 10일~7일, 장거리는 5일~3일 전부터 점차적으로 줄여야 한다. 훈련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잘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특히 경기 이틀 전부터는 실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동작을 중심으로 30초~60초 시간을 들여 7회~10회 정도 반복하는 것을 추천한다. 30분 안팎 정도의 시간으로 운동시간을 마치고, 자신의 체력범위 90%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운동을 실시하는 편이 좋다. 이럴 때 선수는 짧고 높은 강도에서 강한 정신력과 자신감 그리고 평소보다 적은 훈련시간으로 인해 신체 에너지를 완전히 고갈시키지 않을 수 있다. 실제 경기에서 사용될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다.

멀리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선수들은 시차적응의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 선수들은 10시간 정도 비행기에 탑승해 홍콩을 경유한 뒤에야 2월 4일 한국에 도착한다. 스웨덴은 한국과의 시차가 8시간이다. 8시간 빠른 한국 시간으로의 이동은 인체의 생체리듬을 많이 흐트러뜨려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예전에 우리나라가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때, 유독 성적이 안 좋았던 이유 중 하나도 시차 적응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그에 따른 컨디셔닝 문제가 가장 큰 영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선수 중 컨디션닝의 조절 여하에 따라 금메달 후보로 주목받지 않았던 선수가 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컨디셔닝의 힘이다. 이와 반대로 국내에서 치러지는 평창올림픽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거나 대회 직전까지 강도 놓은 훈련량을 수행하는 과훈련(overtraining)을 하면 자칫 리듬을 잃어 자신의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성공해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송홍선 책임연구위원·운동생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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