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변신하는 뜨거운 배우”…‘라이프’ 문소리 활약 넷
쉼없이 변신하는 배우 문소리의 열연이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는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이야기로, 기존 의학드라마와 달리 병원을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고 밀도 높게 담아내며 차별화된 작품의 탄생을 예고해 시작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문소리가 분한 ‘오세화’는 상국대학병원 최초의 여성 신경외과 센터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입지전적인 존재다. 신경외과 중에서도 까다로운 뇌 신경계가 주 전공으로, 뜨거운 열정과 자타공인의 실력을 갖춘 만큼 그 누구보다 의사로서의 프라이드가 강한 인물.
문소리는 의사의 공명심이 자본주의 논리 앞에서 변주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냈으며 각 인물간의 갈등을 실감나게 표현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로써 탄탄한 내공으로 빚어낸 '오세화'라는 역동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안방극장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는 동시에 월요병을 날려버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렬했던 한 번의 눈빛!
권력에 굴하지 않는 돌직구 발언! #사이다여신
극 초반, 문소리는 의문의 추락사로 병원에 실려온 천호진을 보며 충격 받는 모습을 그렸다. 이어 보건복지부의 명령이라며 의사들이 지방의료원에 강제로 파견 나가야하는 상황을 맞닥뜨리며 세화는 “장사하는 기업이 이 나라 교육시장에 무슨 대단히 큰 뜻이 있어서 대학을 인수했겠습니까.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여러분.”이라는 소신발언으로 불의를 참지못하는 등 강렬한 등장을 선보였다.
이와 관련, 문소리는 방송을 앞두고 “병원 내에서 가장 터프하고 힘들기로 유명한 신경외과에서 버티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자존심과 자신의 결정을 의심하지 않는 현명함 등을 생각하며 오세화를 준비했다.”고 밝히며 방송으로 접할 캐릭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던 터.
이렇듯, 문소리는 터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경외과에서 여성최초 센터장이라는 자리에 올라가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겪은 ‘오세화’의 강인함과 프라이드를 돌직구 발언으로 명확히 그려냈으며, 존경했던 상사의 죽음을 인정해야하는 순간 내비치지 않으려 했음에도 찰나 눈빛에 드러낸 슬픔이 오히려 더 큰 임팩트를 전달했다.
문소리의 캐릭터 변주로 ‘라이프’가 극의 재미를 더했다.
문소리는 같은 그룹 계열의 약품회사를 차리고 의료진 모두에게 그 안에서 처방하라고 지시한 조승우를 찾아갔다. 문소리는 조승우에게 “아파서 살려 달라고 온 사람들이 전부 뭘로 보여요? 우리가 장바닥 약장숩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 이렇게까지 자괴감 안겨서 사장님한테 좋은 게 대체 뭔데요!”라 외쳤다. 이어 돌아오는 조승우의 말에 답을 잇지 못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극의 흐름에 긴장감을 더했다.
더불어 원장 선거를 앞두고서는 문성근에게 “어차피 뽑을 건데 나 원장 되소, 하면 누가 뭐래요?”라고 부추기는 한편, 뒤에선 “니가 올라가야 부원장 자리가 빌 거 아냐.”라는 속내를 내비치며 부원장 자리를 향한 야망을 드러냈다.
이렇듯 문소리는 시시각각 오세화라는 캐릭터의 변주를 통해 과연 그가 최종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또 구승효라는 인물의 논리 앞에서 무너져버린 후 의사로서의 신념을 어떻게 다시 세워 나갈지 ‘라이프’ 이후 스토리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 오세화로 또 하나의 역동적 캐릭터 탄생시켜
문소리는 2000년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해 수많은 작품과 다양한 캐릭터로 탄탄한 필모를 쌓아왔다. 이 가운데 2016년 SBS ‘푸른 바다의 전설’로 코믹연기를 포함 반전이 있는 인물을 그리며 한껏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2017년 문소리의 감독데뷔작이자 그가 각본과 주연까지 맡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에서는 '배우 문소리'를 직접 연기하며 일상의 이야기를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의 엄마’역을 맡아 기존의 국내 작품들에서 자주 묘사됐던 모성과는 달리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자유로운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어 '라이프'에서는 사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주창할 수 있는 용기와 본인의 신념을 펼치기 위해 과장에서 원장 자리까지 생각해보는 배포까지 지닌 인물을 선보인 터.
이렇듯 문소리는 장르와 캐릭터, 연기하는 무대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과 인물을 통해 그 연기내공을 다져왔으며 이로써 지금 '라이프'에서도 또 하나의 역동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극 몰입도를 높였다.
문소리는 매 작품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낸 배우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면밀한 대본 분석과 현실감 있는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오세화’는 터프하기로 손에 꼽는 신경외과에서 혹독한 시간을 보내며 센터장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감정을 컨트롤하고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우며 올라왔을 터.
오세화가 병원장으로 올라서면서 이러한 캐릭터의 성격은 더욱 두드러졌다. 병원장에 당선되던 날, 남들 몰래 탄성을 내지르고 눈물을 글썽였지만 이내 추스르고 바로 진료에 들어가는 모습이나 조회장의 심기를 건드려 그 앞에서 힐난을 당할 때 자존심이 무너지지만 자신의 손을 쥐어 비틀며 버티는 모습 등 문소리는 눈빛과 목소리 그리고 최소한의 행동만으로도 보는 이들이 그대로 오세화에 몰입하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열연을 펼쳤다.
이렇듯 문소리는 탄탄하게 쌓아온 내공을 통한 명연기와 쫀쫀한 케미로 ‘라이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 이에 앞으로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 활약이 더욱 기대를 모으는 바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