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8명 주·부심으로 운영되는 위태로운 V리그

입력 2018-10-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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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진을 향한 불신은 이들의 권위를 떨어뜨린다. 정확한 판정은 제대로 된 투자 없이 나오지 않는다. 심판의 처우에 신경 써야 할 때다. 스포츠동아DB

도드람 2018~2019 V리그는 8명의 주·부심이 운영한다. V리그 한 경기에 투입되는 주·부심은 3명. 주심과 부심, 대기심이 한 조를 이룬다. 이번 시즌 하루에 2경기가 열리는 경우가 많아 6명이 동시에 현장에 투입된다.

사실상 모든 주·부심이 매일 장소를 이동해가면서 투입된다. 지금이야 시즌 초반이니까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반복되는 판정 스트레스와 팀들의 승패불만이 누적되고 판정에 갈수록 더 예민해질 시즌 중반 이후가 걱정스럽다.

강주희 FIVB국제심판은 2018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V리그에 투입됐을 정도로 절대인원수가 부족하다. 지난 시즌 KOVO는 9명의 주·부심으로 운영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주중경기가 한 경기씩 열렸고 휴식일도 있어 여유가 있었다. 이번 시즌은 남녀경기의 일정분리로 쉬는 날도 없다. 심판은 선심에서 시작해 많은 현장경험을 쌓아가면서 주·부심으로 성장한다. 심판육성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어디서 누구를 데려올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베테랑 조선행 심판이 정년 58세 규정으로 옷을 벗고 심판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당장 가동할 2명의 주·부심이 있지만 아직 징계 중이다.

지난 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2017-2018 도드람 V리그’ 수원 한국전력과 의정부 KB 손해보험의 경기가 열렸다. 3세트 20-20 상황에서 KB손해보험 양준식(왼쪽)이 진병운 주심에게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심판의 오심과 승부조작은 엄연히 다르다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9일 수원 한국전력-KB손해보험전을 담당했다. 한국전력 이재목의 캐치볼 반칙 판정여부를 놓고 오심으로 징계를 받았다. 한국전력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면서 KB손해보험의 득점이 한국전력의 득점으로 뒤바뀌고 말았는데 처리과정에서 주·부심은 물론 경기감독관 심판감독관이 문제를 더 키웠다. 여론이 들끓었다. 피해 당사자 KB손해보험의 항의는 강력했다. 이 바람에 KOVO 역사상 최대인 무기한 출전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시즌을 앞두고 징계를 풀어야 할 때라는 말이 나왔지만 KOVO는 요지부동이다. “당시 판정은 승부조작”이라고 판단하는 고위층의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서 명확하게 할 것이 있다. 당시 심판이 오심을 한 것인지 의도를 가지고 승부조작을 했는지 여부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당시의 사건은 그날따라 눈에 뭐가 씌었던 4명의 거듭된 상황오판이었지 의도적인 행위는 아니었다.

그런데 여론이 들끓는다고, 피해구단에서 항의한다고 잘못 이상의 징계를 주면 납득하기 힘들다. 승부조작은 범죄행위지만 오심은 그야말로 실수다.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심판이 터무니없는 오심을 했다면 징계는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실수와 범죄는 구분해야 한다. 위에서 그런 판단조차 제대로 못하고 밑에서 합리적인 의견도 내지 못한다면 올바른 조직은 아니다.

사진제공|KOVO


● 판정의 권위와 심판을 향한 배려와 관심

판정의 권위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각 구단과 현장 모두가 심판의 판정을 잘 따르고 존중할 때 권위가 생긴다. 13개 구단은 승리를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한다. 모두는 심판들의 정확한 판정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 정확한 판정은 제대로 된 투자 없이 나오지 않는다.

심판들이 시즌에 들어가기 전 충분한 교육을 받고 몸과 마음이 최고의 상태에서 투입돼 판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 지금 같은 힘든 일정에서 피로가 쌓인 심판들이 실수를 하면 모두의 손해다.

또 하나 심판을 향한 배려다. 각 경기장마다 심판실을 직접 찾아가서 환경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바란다. 마음 편히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과 쉴 자리, 사물함 등을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보라. 심판실의 환경과 심판을 대하는 눈길을 보면 가끔 V리그가 아마추어 대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고 같은 곳에서 남녀 심판이 옷을 갈아입으려고 구석진 장소를 찾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아니다. 엄청나게 잘 대접해달라는 말이 아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존중해달라는 말이다. 심판은 명예와 존중을 먹고산다. 내가 정성을 베풀어야 상대도 호의로 대답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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