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1라운드 기록으로 살펴본 V리그 최고의 해결사는 누구?

입력 2018-11-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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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아가메즈(왼쪽)-대한항공 가스파리니. 사진제공|KOVO

상대의 플레이를 알고도 속는 것이 배구다. 20점 이후 혹은 운명의 5세트 10점 이후의 긴박한 상황에서 세트와 경기를 따내고자 할 때 세터의 첫 번째 선택은 누가 뭐래도 에이스다. 힘들 때 세터는 가장 믿을만한 선수에게 기댄다. 확률에 따른 선택이자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배구는 에이스의 책임감이 중요하다. 남녀 13개 구단의 공격수 가운데 클러치상황에서 가장 믿음직한 해결사는 누구일까. V리그 기록 전산작업을 담당하는 ㈜딤 차금지 실장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 남자부 최고의 해결사는 가스파리니? 아가메즈?

도드람 2018~2019 V리그 1라운드 기록을 바탕으로 20점(1~4세트) 10점(5세트) 이후 득점을 살펴봤다. 남자부 득점1위는 우리카드 아가메즈(44득점)다. 이어 OK저축은행 요스바니(40득점)~삼성화재 타이스(34득점)~대한항공 가스파리니(30득점), 현대캐피탈 파다르(30득점) 순서다. 상위권을 외국인선수들이 장악했다. 우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약한 이유도 이처럼 리그 때 중요한 순간에 부담을 안고 공을 때려본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토종선수 가운데서는 삼성화재 박철우(20득점)가 6위로 가장 높다. 박철우의 경쟁력을 확인해주는 수치다(표 참조).

득점도 좋지만 감독의 입장에서는 높은 성공률을 원할 때가 더 많다. 클러치 상황에서의 공격성공률 1위는 가스파리니와 타이스다. 똑같이 66.67%다. 공격성공률 3위는 한국전력 공재학(64.71%)이다. 외국인선수의 이런저런 사정으로 당분간 토종선수들로 시즌을 꾸려나가는 팀 사정상 그의 활약은 필수적이다. 우리카드의 기대주 나경복과 KB손해보험 손현종도 60%가 넘는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토종선수들도 이처럼 믿고 주면 해결사가 될 수 있다.


톱10 선수들의 포지션은 모두 WS, OPP로 날개공격수다. 배구는 양쪽 사이드에서 대포가 터져야 이긴다는 진리를 새삼 생각나게 한다.

클러치상황에서의 점유율은 아가메즈(65.38%)~요스바니(47.93%)~타이스(41.38%)~가스파리니(39.39%)~파다르(36.26%) 순서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아가메즈의 점유율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높다. 우리카드가 ‘몰빵의 팀’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다른 공격옵션도 빨리 찾아야 할 것 같다.

클러치상황에서의 범실은 다른 때보다도 뼈아프다. 타이스는 15개의 범실로 1위다. 가스파리니, 한국전력 아텀, 요스바니, 대한항공 정지석이 9개로 공동 2위다. 가스파리니와 아텀 모두 아직은 정상의 몸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타이스는 요즘 코트에서 신경질을 자주 낸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인데 범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스바니는 1라운드에서 가장 센세이션을 일으킨 공격수지만 간혹 너무 덤비는 경향이 있다.

IBK기업은행 어나이(왼쪽)-고예림. 사진제공|KOVO


● 토종선수의 역량이 확인된 여자부 클러치상황에서의 기록들

여자부 득점1위는 IBK기업은행 어나이(26득점)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최하위 순번이었지만 이정철 감독의 정확한 눈과 조련능력 덕분에 환골탈태했다. 어떻게 힘을 쓰는지 알고 나서부터 무시무시한 선수가 됐다. 2위는 KGC인삼공사 알레나(25득점). 그동안 인삼공사의 공격 절반 이상을 책임져온 능력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수치다. 3위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였던 흥국생명 톰시아(23득점)다.

4~6위는 토종선수들이다. IBK기업은행 고예림(21득점)~도로공사 박정아(21득점)~GS칼텍스 이소영(20득점)이 차지했다. 현대건설 양효진은 MB로서는 유일하게 득점 9위다. 리시브에 따라 공격기회가 제한되고 날개공격수보다 때릴 상황이 적은 가운데 올린 수치다. 왜 최고연봉 선수인지 실감이 난다.


이번 시즌 FA선언을 앞두고 엄청난 잠재력을 폭발시킨 고예림은 공격성공률 1위(56.25% 성공률)다. GS칼텍스 알리(53.13%)와 함께 50%대 성공률이다. 이소영(48.65%)~박정아(47.62%)도 외국인선수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검은머리 용병이다. 이를 보면 우리 여자배구가 국제대회 경쟁력이 높은 이유가 잘 설명된다. 팬들이 여자배구를 좋아하는 이유로 아기자기한 랠리도 있겠지만 외국인선수와 맞붙어도 뒤지지 않는 토종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어나이의 공격비중이 너무 높았다. 유일한 50%대로 앞으로 체력이 걱정된다. 이바나의 부상공백으로 공격을 책임지는 박정아가 38.53%의 점유율로 2위, 알레나가 38.14%로 3위다. 현대건설은 베키 페리의 부상과 부진으로 황연주(30%)가 클러치 상황에서의 공격부담을 짊어지고 있다. 범실은 어나이(8개)~GS칼텍스 강소휘(6개) 흥국생명 김미연(6개)순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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